[삼성전자 디자인을 말하다] ② 최후 승부처는 디자인이다(1993-2004)

201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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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은 삼성전자에 정말 의미 있는 해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삼성전자는 1993년 ‘신경영 선언’ 후 기업 재정비에 나섰는데요. 신경영 선언은 기업 경영뿐 아니라 삼성 디자인을 질적으로 변화시킨 핵심 사건입니다.

삼성전자는 1996년을 ‘디자인 혁명의 해’로 선언하고 삼성 고유의 철학과 혼이 깃든 디자인 정체성을 구축했습니다. 이는 디자인이 경영 전반의 자원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는데요. 여기엔 ‘후쿠다 보고서’의 역할이 컸습니다. 후쿠다 보고서는 당시 삼성전자의 디자인 고문이었던 후쿠다 타미오씨가 작성한 56장 분량의 보고서인데요. 후쿠다씨는 삼성이 변화해야 하는 이유를 여러 측면에서 분석했습니다.

후쿠다씨

특히 그는 삼성전자 전반에 퍼져있는 디자이너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와 디자인에 대한 낮은 인식 수준을 삼성 디자인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로 지적했는데요. 이 보고서는 추후 삼성전자의 디자인 혁신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됐습니다.

이후 삼성전자는 신경영 선언에서 “앞으로는 디자인하는 사람이 제일 중요해지고 개성화로 간다”고 말했는데요. 이는 디자인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 디자인이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디자인 인재 양성 그리고 삼성 디자인 철학의 시작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전자는 다가올 디자인 경쟁력 시대에 대비해 창의적인 인재 양성에 힘을 쏟았습니다. 1993년 삼성전자는 디자인 산업 발전에 기여할 잠재력을 갖춘 대학생들에게 자유로운 창작 활동과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삼성디자인멤버십’ 제도를 시작했는데요. 삼성디자인멤버십은 출범 이래 20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고루 활동하는 800여 명의 회원을 배출했습니다.

디자인멤버십 학생들

또 삼성전자는 1995년엔 SADI(Samsung Art and Design Institute)를 설립하고 기업과 시장의 요구를 실제 교육 과정에 적용해 현장과 실무를 이해하고 이론과 실제의 균형감각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시작했는데요. 세계적인 수준의 디자인 교육과 연구센터 육성을 위해 ‘삼성 디자인 연구원(IDS)’를 설립하고 글로벌 디자인 인재 양성에도 힘썼습니다.

 

1996년, 디자인 혁명의 해

이 시기 삼성전자는 ‘사용자에서 출발하여 내일을 담아내는 디자인’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발표하고 디자인 이념과 지침을 수립했습니다. 이때 만들어진 디자인 철학은 최근 출시된 제품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는데요. 삼성전자는 1996년 세운 디자인 철학과 이념을 바탕으로 시대 변화에 맞게 5년마다 디자인 전략을 재정립해 수행하고 있습니다.

1996 디자인 혁명의 해 선언. 다가올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자 지적자산이 기업의 가치를 결정짓는 시대입니다. 기업도 단순히 제품을 파는 시대를 지나 기업의 철학과 문화를 팔아야만 하는 시대라는 뜻입니다. 디자인과 같은 소프트한 창의력이 기업의 소중한 자신이자 21세기 기업경영의 최후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1996년 1월 신년사 중

디자인이 경영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방증하듯 2001년 삼성전자의 디자인 조직은 CEO 직속체제인 ‘디자인경영센터’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디자인 경영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했는데요. 같은 해 삼성전자는 디자인 전략 1.0 ‘Simplicity with Resonance’을 발표하고 삼성다운 디자인 요소를 발굴, 적용해 디자인 외관의 완성도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제품의 사용성 향상을 위하여 사용자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이하 ‘UI’) 혁신팀을 디자인경영센터 내부에 신설하고, UI 가이드라인을 수립했는데요. 이후 UI 혁신팀은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 이하 ‘UX’) 인력의 전문화와 조직 확대를 거쳐 UX 센터로 성장했습니다.

 

애니콜의 성공에서 보여준 폭발적 디자인 역량

2000년에 들어서면서 그동안 축적된 디자인 역량이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삼성 휴대폰에서 텐밀리언셀러폰이 탄생하기 시작한 것인데요.

애니콜 휴대폰

삼성전자는 2002년 4월 언제(anytime) 어디서나(anywhere) 전화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의 애니콜 SGH-T100 모델을 출시해 텐밀리언셀러의 판매고를 기록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직접 제품 개발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명 ‘이건희폰’으로 불렸던 이 제품은 조약돌 모양의 디자인에 세계 최초로 컬러 액정표시장치(LCD)를 탑재해 아시아와 유럽 등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한, 삼성전자는 2003년 자동차 디자이너 출신의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SGH-E700(일명 ‘벤츠폰’)에 프리미엄 디자인을 적용했는데요. 노르웨이의 한 기자가 ‘휴대전화의 메르세데스벤츠’, ‘사회적 지위, 부와 전통의 상징’이라고 이를 호평하면서 SGH-E700은 1000만 대의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삼성 TV

한편 삼성전자는 2004년 네모난 박스 형태 일색이던 DLP 프로젝션 TV 시장에 T자형 L7 TV를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L7 TV는 그 해 ‘IDEA 디자인 어워드’에서 금상을 받았는데요. 이때부터 삼성 TV는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트렌드를 쫓지 말고 트렌드를 만드는 사람이 되자(Not a trend follower, but a trend setter)”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삼성전자의 TV 선행 디자인 DNA는 로마, 보르도 등의 제품으로 이어졌습니다.

 

세계적인 디자인으로 도약

해외 디자인 연구소 내부

적극적은 해외연구소 설립과 글로벌 자문단 운영은 삼성전자의 디자인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1991년 설치한 삼성 디자인 도쿄 연구소(SDT, Samsung Design Tokyo)는 삼성전자의 유일한 디자인 거점이었는데요. 삼성전자는 1996년에 일본 디자인 연구소(SDJ, Samsung Design Japan)를 설립, 2000년에 미국과 영국에 삼성 디자인 연구소를 차례로 설립해 디자인 거점을 늘려나갔습니다.

또한, 삼성전자는 이탈리아·독일·미국·일본에 글로벌 자문단을 운영하는 등 본격적인 디자인 글로벌화에 나섰는데요.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샌프란시스코), 영국(런던), 일본(동경), 중국(상하이), 이탈리아(밀라노), 인도(노이다) 등 6개 거점의 해외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며 현지의 사회·문화·라이프스타일 조사와 트렌드 예측을 통해 글로벌 감각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는 디지털 디자이닝 시대!

2000's 디지털 디자이닝

디지털이 발달하며 디자이너들의 작업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를 아날로그 디자이닝 시대로 정의했다면 2000년대부터는 ‘디지털 디자이닝’ 시대가 시작됐는데요. 디지털 디자이닝은 크게 △디자인 선행기획 △디자인 콘셉트 변화와 사용자경험의 대두 △디지털 디자인(3D Modeling, Rendering & Simulation)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선행기획은 상품기획 이외의 시장과 트렌드에 대한 조사·분석을 통해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론적 디자인 콘셉트 논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삼성전자에서는 90년대 후반부터 디자인 선행기획이 시작됐는데요.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제품 콘셉트를 보다 명확히 정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장 분석을 통해 조금 더 앞선 디자인 개념을 도입할 수 있었습니다. 또 디자인 선행 기획은 2000년 이후 자체적으로 차기 라인업을 예측하고 미리 디자인해 결정짓는 원형 디자인 프로세스 도입의 토양이 됐습니다.

디자인 정체성이 확립된 후엔 소비자와 시장에 대한 충실한 연구·분석에 의거한 디자인 콘셉트 기획이 이뤄졌습니다. 또 2000년대부턴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 도입돼 초기 단계의 UX 연구가 시작됐는데요. 2005년 이후 삼성전자에선 UX 인력의 전문화와 조직 확대가 이뤄졌습니다.

이 시기에 디자인 전공 인재뿐 아니라 다양한 전공의 인재들이 디자인 조직으로 흡수됐는데요. 그 결과 디자인 기획 콘셉트 선행 단계가 탄탄해지기 시작했고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디자인 스타일링은 전체 프로세스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 정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삼성 노트북 3D 디자인

또 디지털 디자이닝 시대가 도래하면서 디자이너들은 화면상에서 디자인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3D CAD의 도입, 디지털 목업을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됐는데요. 이를 통해 컬러, 질감, 형태, UI의 수정도 보다 자유로워졌습니다.

그 덕분에 디자이너들은 하드 목업이 나오기 전 단계에서 더 많은 디자인 안을 검토, 품평 시 디자인 의도가 잘 반영된 디자인을 제안하고 자세히 평가할 수 있게 됐는데요. 더 효과적인 디자인이 이뤄지면서 삼성 디자인도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이 시기 삼성전자가 다수의 텐밀리언셀러 제품을 디자인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 발달로 디자인 작업이 더욱 편리해진 것도 있지만, 디자인 역량 향상을 위해 인재를 양성하고 해외 디자인 연구소를 설립한 결과이기도 한데요. 이어지는 연재에서는 삼성전자의 디자인 전략 2.0부터 3.0까지의 과정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미래 경쟁력으로 자리 잡은 삼성 디자인 이야기,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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