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루프페이와 손잡은 삼성, ‘핀테크 신세계’ 열다

2015/03/04 by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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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였던 지난 2월 18일(현지 시각), 삼성전자는 미국 최고 인기 모바일 결제 서비스 업체 루프페이(LoopPay) 인수 사실을 발표했다. 이전까지 애플과 구글이 주도하고 있던 모바일 결제 업계에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글로벌 모바일 서비스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화폐 없는 통화 시스템’에 대한 로망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일명 ‘디지털 지갑(digital wallet)’으로도 불린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에 관련 정보를 입력해 신용카드 기능을 대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인류는 화폐 경제를 경험하며 ‘거액의 돈을 휴대하는 건 거추장스러울 뿐 아니라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같은 각성은 자연스레 ‘화폐 없는 통화 시스템(non-coin-based currency system)’에 대한 갈구로 이어졌다. 수표나 신용카드 등은 그런 노력의 산물이었다.

카드 리더기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결제가 되는 삼성 페이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스마트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진정한 비(非)화폐 시스템을 지원해줄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마련됐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건 그 덕분이다. 실제로 미국 IT 시장조사·컨설팅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3530억 달러 선이었던 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올해 4311억 달러, 오는 2017년엔 7210억 달러(약 792조 원) 수준까지 커질 전망이다.

 

사람들이 ‘단출한 지갑’ 선호하는 이유

흔히 ‘원시시대’로 분류되는 수렵채취 시대의 남자들은 대부분 몸에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채 생활했다. 생계를 위해 잡은 생선 따위 해산물과 토끼·도마뱀 등 작은 동물, 혹은 맹수나 적에게서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소도구 정도를 소지하는 게 고작이었다.

반면, 여자들은 언제나 자루 같은 걸 짊어지고 다녔다. 열매나 씨앗 등 식량이 될 수 있는 걸 발견하는 족족 담아와 가족을 먹여야 했기 때문이다. 인류학자들은 이런 차이에 주목, ‘핸드백이라도 들어야 심리적 안정을 찾는 여자’와 ‘빈손으로 다니는 걸 선호하는 남자’의 특성을 분석하기도 한다.

지갑 비슷한 물건을 들고 다니는 남성이 역사적으로 처음 발견된 건 고대 그리스 시대였다. 그 주인공은 바로 ‘상업의 신(神)’ 헤르메스(Hermes). 헤르메스가 손에 지니고 있던, 작지만 두툼한 자루 속엔 향신료와 환약, 황금 등 ‘부피는 작아도 비싼’ 물건이 가득 차 있었다.

날개 달린 모자와 샌들을 착용하고 가볍게 몸을 움직여 지역 간 경계를 넘나들던 헤르메스는 ‘부(富)’와 ‘교류’의 상징이었다. 그의 손에 항상 들려 있던 자루는 ‘키비키스(kibikis)’로 불렸는데, 이 단어는 영어권으로 넘어오며 ‘월렛(wallet·지갑)’으로 번역됐다. 결국 애초부터 지갑은 ‘(활발한 교역을 통해 부를 축적한)성공적 남성’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헤르메스의 동상입니다.

 

자루와 지갑 거쳐 ‘디지털 월렛’까지

오늘날과 비슷한 형태의 지갑은 17세기 들어 화폐경제가 발달하고 종이돈, 즉 지폐가 많이 쓰이게 되면서 등장했다. 금속 화폐가 주를 이루던 시절엔 지갑 대신 ‘퍼스(purse)’로 불리는 자루가 사용됐다. ‘가볍고 부피는 작지만 금속 화폐에 비해 액면가가 큰 지폐를 차곡차곡 포개 넣을 수 있는 가죽 소품’ 형태의 지갑을 처음 사용한 이들은 상공업이 발달하기 시작하던 19세기, 돈을 많이 벌어 주머니 사정이 두둑하던 미국 공장주였다.

1950년대, 산업이 고도로 발달한 서구에서 ‘신용사회’가 정착되며 지갑은 새로운 요소를 지니게 된다. 가운데가 접히고 카드 꽂을 공간이 많아진 건 지폐 양은 줄고 신용카드 개수는 늘며 나타난 변화였다. 이후 불과 한 세대도 채 지나지 않아 이런 형태의 지갑은 전 세계 남성들에게 ‘필수 소지품’ 1호가 됐다. 거추장스러운 거라면 질색하던 남성도 ‘카드와 지폐가 빼곡한 지갑’만큼은 소지자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품격을 보여주는 물건으로 여겼다. 여성 역시 핸드백이나 숄더백 같은 가방 안에, 역시 그보다 약간 작은 명품 지갑을 넣고 다니며 자기 자신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지갑 이미지입니다.

20세기 말, 산업화시대가 끝나고 정보화시대가 도래하면서 소비자는 결제와 관련, 전에 없던 불편을 느끼기 시작했다. 신용카드·체크카드·멤버십카드·포인트카드·기프트카드·키(key)카드…. 카드의 종류와 수량이 점차 늘면서 지갑에 그 많은 카드를 다 꽂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른 것이다. 디지털 지갑은 바로 이 시점에서 등장하게 됐다.

디지털 지갑의 발달은 휴대전화의 발달과 그 궤를 함께한다. 물론 휴대전화가 아니라도 정보가 입력된 소품을 열쇠고리나 카드 형태로 만들어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용량의 한계에 부딪칠 뿐 아니라 어느 단말기에서나 쉽게 이용할 순 없게 된다. 휴대전화에 모든 카드 정보를 입력한 후 그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장착, 활용하면 결제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아주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어차피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 혹은 기타 각종 웨어러블 기기에 소유자의 재화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속엔 해당 재화를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각종 서비스까지 포함된다? 상당히 매력적인 혜택이다. 화폐 경제 환경에서 살지만 물리적으로 화폐를 소지하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휴대전화 하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핀테크, 스마트폰 발달의 최대 수혜 기술

‘핀테크’는 기술력 발달과 함께 생겨난 신조어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합쳐진 이 용어는 쉽게 말해 ‘금융과 정보기술(IT)이 융합된 산업 형태’를 일컫는다. 그리고 그 핵심엔 모바일 결제와 송금이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폰에 핀테크라고 쓰여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행보를 살펴보면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급증하는 핀테크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충분조건을 갖췄다고 말하긴 어렵다. 이전까지 모바일 결제 서비스 시장은 애플과 구글이 양분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페이(Apple Pay)’는 신용카드 정보를 아이폰 내 칩에 안전하게 보관, 해당 칩이 신용카드 기능을 대신하는 원리로 구동된다. 미국에선 이미 수천 개 은행이 애플페이 결제 시스템에 최적화돼 있다. 다만 ‘아이폰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그리 높지 않아 애플페이가 무한히 성장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구글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기초로 하고 있다. 전 세계 휴대전화의 75%가 안드로이드 체제인 만큼 출발선의 유·불리로만 따지면 구글이 애플보다 유리하다. 하지만 하드웨어 생산자가 아닌 구글은 자신들의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와 결합시켜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삼성전자의 루프페이 인수가 글로벌 모바일 결제 서비스 시장을 긴장시킨 이유는 바로 여기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3월 현재 세계 최대 안드로이드 휴대전화(하드웨어) 생산자다. 또한, 루프페이는 미국 소비자 선호도 조사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 있는 모바일 결제 소프트웨어다. 이 둘이 결합해 새로운 지불 형태를 탄생시킨다면 전에 없던 폭발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쉽고 안전하며 간편한’ 루프페이 결제 시스템

루프페이의 작동 방식은 단순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보 입력하기’. 작은 기계에 소지하고 있는 모든 카드를 한 장씩 스치게 하면 해당 카드에 포함된 정보 일체가 스마트폰에 안전하게 저장된다. 사용 방식도 간편하다.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해 결제하고자 하는 카드를 클릭한 다음, 카드 리더기에 가까이 대고 스마트폰 내 ‘전달(transmit)’ 버튼을 누르면 결제가 완료된다.

왼쪽엔 루프페이의 다양한 칩이, 오른쪽엔 카드 리더기 가까이 스마트폰을 가져다대 결제하는 사람의 모습이 있습니다.

카드를 리더기에 읽히는 순간, 자기 신호(magnetic signal)가 리더기에 전달되며 승인된다. 기존 단말기가 카드를 통과시키며 신호를 읽었다면 이 방식은 카드를 가까이 대기만 해도 단말기가 무선으로 신호를 읽는다. 효율성으로 따지면 후자가 전자에 비해 40배나 높다.

루프페이는 안전성 측면에서도 탁월하다. 일명 ‘사인 업(sign up)’ 절차를 통해 사용자의 ID를 확인하며 비자(VISA) 등 주요 금융 기관에서 안전한 카드 데이터를 지원받아 활용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스마트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만 있으면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장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기기 내에 탑재된 상태로 결제할 수도, 빼내서 점원에게 넘겨준 후 계산할 수도 있다. 신분증처럼 따로 들고 다녀야 하는 카드엔 집어넣을 수 있는 포켓이 달려 있어 모든 게 모바일 디바이스 하나로 통일된다.

루프페이는 이미 미국 전역은 물론, 홍콩·호주·이탈리아·브라질 등 세계 각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지갑의 최첨단을 달리는’ 루프페이가 삼성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물론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형태로.

 

지갑, 삼성전자 기술력 만나 더 스마트해지다

인체는 여러모로 한계가 많다. 치타처럼 빨리 뛰지도, 곰처럼 물고기를 잘 잡지도, 호랑이처럼 잘 싸우지도 못한다. 하지만 인간은 도구를 통해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생존에 필요한 기능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시켜왔다. 자동차를 발명해 어떤 동물도 따라올 수 없는 속력을 구현했으며 배와 그물, 낚시를 활용해 깊은 바다 한복판에서 식량을 얻는 데 성공했다. 도구는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한편, 다른 어떤 생물종(種)과도 견줄 수 없는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도왔다.

지갑은 이제껏 인간이 발명한 도구 중 인체와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문화생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당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지금, 그 지갑이 도맡아온 ‘결제 기능’이 최신 기술력을 등에 업고 또 한 차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인류 문명 발전의 오랜 동반자인 지갑이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함께 어떤 진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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