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문화, IT로 새 생명 얻다_삼성전자의 새로운 시도 ‘프라이드 디스커버리’

201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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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여러 가지 중 어떤 걸 가장 자랑스럽게 여길까? 삼성전자가 이 같은 궁금증을 안고 영국∙러시아 등 몇몇 국가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대중과 멀어진 줄만 알았던 고전문학에 대한 자긍심이 상당히 높게 나온 것. 영국인은 영국 최고 극작가이자 시인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에, 러시아인은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 문호 톨스토이(Leo Tolstoy)에 각각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럼 고전문학에 대한 사람들의 실제 관심과 접촉 빈도는 어느 정도일까? ‘①거의 관심 없고 접하지도 않는다, ②대단히 관심이 크고 적극적으로 접한다, ③적절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으면 관심이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실험에 나섰다. 전제는 위 질문에 대한 정답을 ‘③번’으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볼쇼이 발레는 어떻게 세계적 예술이 됐나

지난해 영국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러시아를 위해 춤추다(Dancing for Russia)는 정확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한 러시아 볼쇼이 발레(Bolshoi Ballet)가 어떻게 완성돼왔는지 보여준다. 1917년 러시아혁명으로 궁정 문화가 사라지게 되자, 후원자를 잃게 된 발레리노(발레리나)들은 자존심을 꺾고 거리의 소극장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회주의 정권조차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전개됐다. 국가에 의해 종교가 부정되고 탄압 받는 혁명 이후 러시아인들은 마치 종교적 사제에 열광하듯 무대 위 발레리노(발레리나)에게 열광한 것. 이내 발레는 ‘가장 사랑 받는 문화산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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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쇼이발레단의 역사는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하나의 예술 장르가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가며 한 나라의 대표 문화로 자리매김한 사례다. 일반인에겐 어렵기만 했던 발레가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는, 그리고 다수의 열광을 이끌어낼 수 있는 형태로 바뀌면서 일약 엄청난 사랑을 받게 됐기 때문. 이는 ‘생산∙소비 방식이 달라지면 대중과 멀어지기 쉬운 고전 문화도 얼마든지 되살아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새삼 일깨운다.

 

영국 대문호와 한바탕 놀아볼까? ‘리: 셰익스피어’ 탄생 비화

19세기 영국 평론가 토마스 칼라일은 영국인을 가리켜 “셰익스피어 없인 못 사는 존재”라고 정의했다. 이 말마따나 영국인이 셰익스피어에 대해 갖는 자부심은 대단하다. 17세기 후반과 18세기 초에 활동했던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300년 이상 지난 오늘날까지 영국의 대표적 문화 자산으로 손꼽히고 있다. 미취학 어린이의 그림책 소재에 등장하는 건 기본. 각급 학교 교재에도 빠지지 않고 소개된다. ‘영국인의 삶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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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상황은 좀 다르다. 셰익스피어 작품에 대한 영국 젊은 세대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 이 때문에 셰익스피어 문화 유산을 계승, 보전하기 위해 설립된 왕립셰익스피어협회(Royal Shakespeare Company, 이하 ‘RSC’)는 요즘 고민이 많다.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셰익스피어로 대표되는) 고전 문학 관련 관심은 약해지는 추세다. 단문과 약자로 문장을 짧게 줄여 스마트폰 텍스트로 소통하고, 게임 속에서 자기 역할을 갖고 상황을 주도해나가는 데 익숙해져 있는 요즘 젊은이들이 ‘객석에 가만히 앉아 오랜 시간 장황한 대사를 들어야 하는’ 셰익스피어 연극에 쉬이 흥미를 못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문제엔 그에 따른 ‘솔루션’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볼쇼이발레단 사례에서 봤든 셰익스피어 문학이라 해도 요즘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형식만 찾는다면 오늘날 영국인의 삶 속에 다시 살아 움직이는 가치가 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어떻게?’로 귀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RSC와 협력해 안드로이드 기기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리: 셰익스피어(RE: Shakespeare)’를 선보였다. 아직 출시한 지 한 달이 채 안 됐지만 영국 현지 반응은 긍정적이다. 현지 마케팅 담당자 러셀 테일러(Russell Tayor)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영국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영국언론협회는 ‘리: 셰익스피어’ 앱을 매주 선정하는 ‘최고 앱’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껏 없었던 방식으로 셰익스피어의 문학 세계를 체험하게 해주는 앱’이란 평가를 받았죠.”

‘리: 셰익스피어’ 앱엔 요즘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가 다양하게 녹아 있다. 일단 영국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유명 인사가 대거 출연한다.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중견 배우 중 한 명이며 RSC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테넌트(David Tennant)를 비롯해 정상급 래퍼 아클라(Akla), 비트박서 숄로모(Sholomo) 등이 대표적. 이들은 연극 문외한도 쉽게 대사에 친숙해지게 돕는다. 더 나아가 실제 연기에까지 도전해볼 수 있도록 다양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이끌어준다.

스페셜리포트문화3 ▲‘리: 셰익스피어’ 앱 출시 한 달 만에 영국 젊은 세대와 셰익스피어 간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한 삼성전자 영국법인 마케팅 담당자 러셀 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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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최대한 단순화해 누구나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돋보인다. ‘리: 셰익스피어’ 앱은 셰익스피어 작품 가운데 올해 영국 교과과정 필수 문학 작품으로 선정된 희극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국 유명 연극 기획자 니아(Nia)와 연출가 이크발(Iqbal)의 친절한 지도, 그리고 사용자와의 교감을 배려한 인터랙티브 요소들로 인해 사용자들은 ‘짧지만 제대로 된’ 셰익스피어 연극을 스스로 진행해볼 수 있다. 아클라는 셰익스피어의 명대사와 자신의 랩을 구분, 알아맞히는 게임을 안내한다. 이 같은 형식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어렵게만 느껴온 이에게 ‘대사 속에 숨은 아름다움과 의미’를 자연스레 전한다.

이 앱이 눈길을 끄는 건 그 안에 녹아 있는 첨단 기술 덕분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게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요소다. 사용자는 앱을 구동시키는 동작만으로 실제 ‘헛소동’ 상연 무대를 360도로 체험할 수 있다. 마치 직접 무대를 찾아 공연을 보듯 시선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유명 연기자와 눈을 맞추거나 대사를 주고받는 경험도 가능하다. 공연을 관람한 후엔 극중 인물인 ‘베아트리체’나 ‘베네딕트’ 중 한 명을 택해 해당 연기에 직접 도전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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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셰익스피어’ 앱은 PR 역시 젊은 세대들이 가장 잘 몰입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삼성전자 영국법인은 이 앱을 들고 ‘스쿨 트립(school trip)’ 형태로 각급 학교를 찾아 현지 학생들과 직접 만날 예정이다. SNS 등을 활용한 이벤트로 ‘참여형 마케팅’도 펼칠 계획이다. 이 같은 ‘인터랙티브 마케팅’ 전략을 통해 ‘셰익스피어=구닥다리 작가’로 여겨온 영국 젊은 세대에게 ‘오늘날에도 여전히 감각적이며 감동을 안겨주는’ 셰익스피어의 참된 가치를 전하고자 한다.

 

방대한 고전의 세계가 당신 손 안에… ‘컬처 인 유어 핸드’

삼성전자 설문조사 결과, 러시아인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문화적 자산은 단연 19세기 저술가 톨스토이였다. 그의 작품 중 현지인 사이에서 ‘최고의 역작’으로 꼽히는 건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 전쟁을 무대로 한 소설 ‘전쟁과 평화’. 총 4권으로 구성되며 총 등장 인물 599명, 주요 등장 인물만 추려도 130명이 넘는 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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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은 문화를 숭상하고 독서 수준이 높기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최근엔 그 역시 옛말이 돼버렸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8년 하루 60분 수준이었던 러시아인의 평균 독서량은 2013년 하루 9분까지 줄어들었다. 영국인과 셰익스피어의 ‘가깝고도 먼’ 관계처럼 러시아인 역시 톨스토이와 그 작품 세계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실제로 해당 작품을 감상하진 않는다.

인터넷과 함께 보급된 스마트 기기는 러시아 젊은이들이 책과 멀어지게 된 주요 원인으로 종종 지목돼왔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각종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호흡이 긴 독서를 꺼리게 됐다”는 논리다.

삼성전자가 러시아 톨스토이재단과 손잡고 개발한 ‘컬처 인 유어 핸드(Culture In Your Hands)’ 프로그램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한 역(逆)발상에서 출발했다. 사람들을 고전문학에서 멀어지게 한 ‘주범’ 스마트 기기 속으로 고전문학 콘텐츠를 불러들인 것이다. 이 같은 발상에 러시아 교육∙문학계는 이내 화답했다. 실제로 ‘컬처 인 유어 핸드’는 벤야민 카가노프 교육부 차관, 블라디미르 아리스타르호프 문화부 제1차관, 마르가리타 루체스카야 푸시킨대학 총장 등 러시아 유력 인사들의 전폭적 지원 속에 지난달 18일(현지 시각) 탄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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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손 안의 문화’를 표방하는 ‘컬처 인 유어 핸드’는 러시아의 문화 자산을 대중화시켜 계승, 발전시켜가려는 장기 프로젝트다. 그 첫 번째 행보는 다름아닌 ‘전쟁과 평화’였다. 이미 ‘야스나야 폴리야나 톨스토이상’을 후원하며 톨스토이재단과 오랜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해온 삼성전자는 이 프로젝트의 출범에 즈음해 ‘전쟁과 평화’ 전권을 며칠간 릴레이 형태로 읽어주는 ‘독서 마라톤’ 플랫폼 후원에 나섰다. 톨스토이의 작품세계 이해를 돕는 앱 ‘라이브 페이지(Live page)’도 출시했다.

‘라이브 페이지’ 역시 ‘리: 셰익스피어’ 앱과 마찬가지로 현지 젊은 세대가 몰입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도표 형태로 ‘전쟁과 평화’ 속 주요 인물의 일대기를 일목요연하게 둘러볼 수 있게 한 건 물론, 소설의 줄거리와 실제 역사적 사건과의 연계성을 살펴볼 수 있는 기능도 담았다. 사용자의 독서량을 모니터링하거나 SNS로 공유하고 퀴즈 형태로 소설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기능도 탑재돼 있다. 2015년 7월 현재 러시아 유명인과 톨스토이 유가족(Fekla Tolstoy) 등은 전면에 나서서 앱 다운로드를 권장하는 한편, 프로그램을 널리 알리고 있다. 세르게이 페프네프(Sergey Pevnev) 삼성전자 러시아법인 CIS 디렉터에 따르면 ‘라이브 페이지’ 앱 사용자의 85% 이상이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평소 잘 쓰이지 않는 단어 알아맞히기, 주요 등장 인물 관련 퀴즈 풀기 등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와 게임화(gamefication) 요소를 겸비해 작품에 대한 이해와 몰입도가 향상된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고 밝혔다.

스페셜리포트문화10 ▲러시아에서 열린 '라이브 페이지' 앱 출시 행사에서 세르게이 페프네프 삼성전자 러시아법인 CIS 디렉터(오른쪽)가 앱의 여러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소비자 내면에 잠들어 있는 ‘문화적 자긍심’을 일깨워라!

문화 자본(cultural capital)의 가치가 점차 높이 평가 받고 있는 21세기, ‘문화’를 PR 기회로 삼는 문화 마케팅은 이미 익숙한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의 ‘프라이드 디스커버리(Pride Discovery)’ 프로그램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 세계 국민들이 자국 문화에서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점을 포착, 비즈니스 기회로 돌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심도 있는 사전조사를 실시, 각국 국민들이 최고로 자부심을 느끼는 아이템 발굴에 나섰고 그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다.

프라이드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을 시작 단계에서부터 주도해온 심석영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전략실 브랜드전략그룹 과장은 “사람들이 자부심을 갖고 있는 주제를 우리 회사 제품과 기술로 재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러시아의 사례에서 보듯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고전 문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콘텐츠로 현지 소비자의 국가적 자부심을 높여준 데 보람을 느낍니다.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 브랜드가 자연스레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억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스페셜리포트문화9 ▲심석영 과장은 "프라이드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국민들이 자국 문화에 자부심을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늘날 문화 주도층은 ‘활자’란 고전적 방식의 소통 창구보다 전자 기기 등 변화된 매체로의 소통에 더 익숙한 게 사실이다. 프라이드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은 과연 그들의 마음을 매료시킬 수 있을까? 그 결과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프라이스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은 이제 막 첫 삽을 떠서 심은 모종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한 나라의 국민적 자긍심을 떠받쳐온 문화적 가치는 그 자체로도 가공할 위력을 지닌다. 여기에 오늘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적절한 통로가 마련된다면 그 폭발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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