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오동나무 장롱서 최신 가전까지… 알수록 흥미로운 혼수 이야기

201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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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오동나무 장롱서 최신 가전까지 알수록 흥미로운 혼수이야기. 스페셜 리포트는 풍부한 취재 노하우와 기사 작성 능력을 겸비한 투모로우 전문 작가 필진이 새롭게 선보이는 기획 콘텐츠입니다. 최신 업계 동향과 IT 트렌드 분석, 각계 전문가 인터뷰 등 다채로운 읽을거리로 주 1회 투모로우 블로그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오동나무 장롱과 희망 궤짝

불과 한두 세대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혼수의 기본은 장롱과 그 안에 담긴 옷, 그리고 옷감이었다. 여자 아기가 태어나면 이후 첫 청명(淸明, 양력 4월 5일 무렵) 때 뒤뜰에 오동나무를 심는다. 속성수(速成樹, 보통 나무에 비해 빨리 자라는 나무)인 오동나무는 아기가 커서 시집갈 무렵이 되면 둘레가 두 아름쯤 되는 큰 나무로 자란다. 오동나무는 결이 아름답고 뒤틀리지 않으며 습기와 해충을 막아주는 성질이 있어 장롱 만들기에 좋았다.

여자아이가 오동나무와 함께 자라는 동안 아이의 할머니와 어머니는 살림하는 틈틈이 베틀 앞에 앉아 명주·무명·삼베 등을 짰다. 한 필 한 필 완성된 직물은 아이 어머니가 결혼할 때 가져왔던 오동나무 장롱 제일 밑 칸에 그야말로 ‘서리서리’ 담겼다. 비단 같은 고급품은 장이 설 때 사오기도 했다. 딸의 혼처가 정해지면 어머니는 그중 가장 좋은 직물을 택해 시댁 어른들께 드릴 예단을 지었다.

딸의 혼례가 다가오면 아버지는 많이 자란 오동나무를 베어 장롱을 만들었다. 완성된 장롱엔 할머니와 어머니가 그때까지 모아둔 혼수가 담겼다. 혼례와 첫날밤을 치른 후 나귀 탄 남편을 따라 가마 탄 색시가 떠날 때 옷(감)을 가득 담은 오동나무 장롱은 수레에 실려 그 뒤를 따랐다.

서양 혼수 문화도 동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시집가는 딸 편에 보내는 ‘최고 혼수’는 옷과 옷감을 제외하면 식탁보·식탁매트·냅킨 등의 리넨(linen)류와 이불·침대시트·베개커버 등의 침구류가 주종을 이뤘다. 부잣집 딸들은 여기에 찻잔과 접시 세트, 은으로 된 포크와 나이프 따위를 추가로 장만해갔다.

서양 가정에서도 어머니와 할머니는 하나씩 장만한 딸의 혼수를 서랍장 제일 아래 칸에 차곡차곡 담았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서양에서 ‘아래 칸 서랍(bottom drawer)’은 ‘혼수’를 의미한다. 딸의 혼처가 정해지면 부모나 친척들은 혼수를 담기 위해 궤짝을 장만했다. ‘희망 궤짝(hope chest)’, 혹은 ‘영광 상자(glory box)’로 불렸던 이 궤짝은 좀이 쉬이 들지 않도록 항균 효과가 뛰어난 삼나무로 제작된 걸 고급으로 쳤다. 이 궤짝은 결혼 직후 신부가 신랑을 따라 나설 때 마차 뒤편에 실려 보내졌다.

오동나무 장롱과 희망 궤짝의 실물입니다.▲동서양의 혼수 문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오동나무 장롱(왼쪽 사진)과 희망 궤짝

 

#혼수도 시대 흐름 따라 변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통사회에선 옷이나 옷감, 기타 생활 직물류가 주된 혼수 품목이었다. 생활용품 제작에 쓰이는 재료가 귀한 데다 대부분 수작업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직물류는 대개 소모품이어서 교체 주기가 짧았다. 삼·목화·누에고치·양모 등에서 뽑아낸 실을 한 올씩 베틀로 엮어 만들어야 해 손이 많이 가고 품도 상당히 들었다.

자연히 ‘만들려면 공이 들고 쉽게 소모되는’ 직물은 새로 가족을 꾸려야 하는 이에게 상당한 도움이 됐다. 18세기 유럽을 중심으로 일어난 산업혁명이 ‘직물 대량 생산’에서 시작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직물 장만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기계가 대신 해줄 수 있다면 그보다 반가운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생활 직물류를 만드는 데 쓰이는 가위, 자, 실패, 천, 바늘 등이 있습니다.

직물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바뀌며 혼수 구성도 이전과 달라졌다. 직물류는 더 이상 ‘결혼할 때 해와서 몇 십 년을 두고 쓸’ 성질의 것이 아니게 됐다. 필요하면 언제든 시장에서 손쉽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고 패션 산업이 발달하며 유행 주기도 점차 짧아졌다.

그 결과, 20세기 후반 이후 혼수의 ‘중심’엔 그릇 종류가 들어섰다. 신혼부부가 쉽게 장만하기 어려운 고가의 식기나 주방 기기, 특히 냄비·프라이팬·양푼처럼 크기별로 한꺼번에 장만해두면 좋은 식기류가 대표적 혼수 품목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식기 세트입니다.

하지만 식기류 위주였던 혼수 문화도 어느덧 옛일이 됐다. 우선 신혼부부가 예전과 달리 단출한 2인 가족으로 출발하면서 식기류의 필요성이 감소했다. 여기에 식기류도 급속도로 유행과 취향의 대상으로 편입되며 인테리어나 집 안 분위기에 맞게 장만하는 게 일반적 추세가 됐다.

20세기 후반, 지구촌 전체에 산업화 물결이 퍼져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식기류와 더불어 주요 혼수 품목으로 등장한 게 가구류다. 가구가 주요 혼수로 대두된 건 핵가족 발달과 관련이 깊다. 예전엔 이미 세대를 이룬 대가족 안에 신부가 ‘들어가는’ 모양새였던 만큼 혼수용 가구는 옷장이나 궤짝 등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한 쌍의 부부가 또 하나의 새로운 세대를 이루게 되면서 생활에 필요한 기본 가구를 전부 다 장만해야 하게 됐다.

한 커플이 텅 빈 집에서 신문지 위에 앉아 스케치로 집 안의 가구와 소품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장롱과 경대, 서랍장 같은 전통적 품목은 물론이고 생활 방식이 서구화되며 책상·소파·식탁(과 거기에 딸린 의자), 식기장이나 장식장 따위의 다양한 가구가 한 세대에서 모두 필요하게 된 것. 이 모든 걸 한꺼번에 구입해야 하다보니 지출도 만만찮았다. 가구를 어느 정도 갖추고 신혼 생활을 시작하려면 관련 경비 규모는 껑충 뛸 수밖에 없었다.

오랜 세월 이어져온 혼수 품목의 전통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혼수 장만’은 시대적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혼수를 누가, 어느 정도로 마련하느냐의 문제로 심한 말다툼이 벌어지는가 하면 심한 경우 파혼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와 관련, 1979년 한 일간지는 ‘표준혼수’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 같은 세태를 조명하기도 했다.

보건사회부에서 ‘표준혼수모형’이란 걸 만들어 각 시·도에 이를 적극 권장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근래에 드물게 들어보는 재미있는 뉴스이다. 언론의 반응도 매우 적극적인 모양이어서(중략)… 가구 모형에선 화장대를 한 개로 하라 했는데 그 동안 화장대를 두서너 개씩 장만해간 주변머리 없는 친구도 있었던 모양인지, 아니라면 누구나 화장대만은 무리를 해서라도 꼭 하나 준비하라는 모양인지(중략)… “화장대는 한 개 이하”로 했으면 오해가 없을 성 싶다. 이 점에선 “다리미 한 개”도 마찬가지. (하략)…

(경향신문, 1979년 5월 1일자 ‘칼럼/논단’, 최정호 당시 연세대 교수)

 

요즘에야 정부가 개개인의 소비 생활에까지 끼어들진 않지만 혼수를 둘러싼 개인적∙사회적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새 출발을 꿈꾸는 젊은 커플은 여전히 경제적이면서도 실속 있는, 심미성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않는 ‘혼수 장만 미션’과 심각하게 씨름하곤 한다. 그리고 최근 그 과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신규 혼수 품목으로 급부상한 게 바로 가전제품이다.

 

#21세기 ‘최고 혼수 품목’, 가전제품

현대인의 일상에서 가전제품은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TV∙냉장고∙세탁기∙전기밥솥은 기본. 여기에 △에어컨 △홈시어터(home theater) △고급 음향기기 △김치냉장고 △진공청소기 △건조기 △공기청정기 △제습기 △식기세척기 △전기 쿡톱(cook-top) △커피메이커 △전자레인지 △전기오븐 △토스터 △믹서·블렌더(blender) 등 푸드 프로세서(food processor) 등도 혼수 품목 목록에 속속 추가되고 있다. ‘쾌적하고 품위 있는 생활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혹은 필요하다고 간주되는)’ 가전제품 수가 그만큼 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저가 제품도 꽤 나오고 있지만 가전제품 값은 대체로 높다. TV나 냉장고 같은 대형 가전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젊은 신혼부부가 장만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옷이나 침구류에 비하면 디자인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쓸 수 있어 ‘예비 부부가 부모나 친지의 도움으로 미리 장만해두면 좋을’ 혼수 목록 상위권에 올라 있기도 하다. 한 디자인 전문 웹사이트에 게재된 혼수용품 구매 목록에 따르면 가전제품 구입비(940만 원) 비중은 전체 혼수 장만 예산(1220만 원) 대비 약 77%를 차지한다.

 

#삼성전자 ‘혼수 마케팅’ 30년사(史)

혼수 품목이 당대 생활 방식을 반영하듯 혼수 마케팅 역시 그 시대의 결혼 풍속도 변화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가전제품은 1980년대에 이미 주요 혼수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1984년 10월 삼성전자는 ‘84 러브러브 대행진’이란 캠페인을 론칭, TV·냉장고·세탁기 등을 구입한 예비 신혼부부에게 △전국 유명 호텔 숙박 우대권 △스테인리스 주방용기 △튀김요리 전용 냄비 △미니 스포츠백 등을 증정했다. 캠페인 대상 제품의 매출을 높이고 신혼부부에게 실용적 혜택을 제공, 기업 이미지도 높이고자 한 전략이었다. 이후에도 삼성전자는 새 출발을 앞둔 신혼부부를 위해 보다 나은 가전제품을 ‘실속형’으로 공급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올해 삼성전자가 신혼부부를 겨냥해 내놓은 캠페인명은 ‘삼성 스마트 웨딩 이벤트’다. ‘스마트한 커플의 스마트한 출발을 지원한다’는 의도로 기획된 이 이벤트는 크게 △웨딩 마일리지 △웨딩북 △공항 라운지 등 세 가지 혜택으로 구성된다.

삼성카드와의 제휴를 통해 선보이는 웨딩 마일리지 혜택은 혼수를 장만하느라 단기간에 신용카드 사용액이 급증하는 예비 부부 고객이 대상이다. 이들이 삼성카드로 약 3개월간 결제한 금액과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의 가전제품 구매 금액을 기준으로 최대 200만원의 캐시백(cash back) 포인트를 제공한다.

웨딩북은 삼성전자가 여러 제휴사와 함께 제공하는 일종의 쿠폰북이다. 올 상반기엔 삼성디지털플라자 매장에서 웨딩북 고객이 일반 고객보다 더 많았을 정도로 신혼부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 웨딩북엔 공항 라운지 이용권 2매를 받을 수 있는 쿠폰도 포함돼 있다. 신혼여행지로 국내보다는 해외를 택하고 쿠폰 등을 활용, 각종 혜택을 챙기는 데 능숙한 요즘 젊은 층을 공략했다.

웨딩북이 없다면! 몰라서 누리지 못하거나, 있다면! 미리 준비해서 럭셔리한 서비스를 즐기거나

결혼을 통한 새 출발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하지만 한꺼번에 여러 물건을 장만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발달로 그 부담은 필히 ‘금전적으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어차피 장만해야 할 혼수, 조금이라도 비용 지출을 줄이며 보다 품격 있는 출발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는 게 최선일 터. 삼성전자 역시 소비자의 입장을 일찌감치 간파, 이들을 최대한 배려하는 방향으로 ‘지혜 모으기’에 동참하고 있다. ‘결혼하기 좋은 계절’ 가을, 실속 있고 야무진 혼수 장만을 통해 결혼의 즐거움을 배가시켜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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