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삼성 채용_③ 웬만하면 실패 없는 취업 에세이 작성 노하우

2014/10/15 by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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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농촌에선 가을걷이가 한창입니다. 농부에게 이맘때는 한 해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1년간 공들인 농사의 성패가 결정되는 순간이기 때문이죠.

좀 엉뚱한 얘기지만 취업은 농사와 꽤 닮았습니다. 일단 ‘정직한 땀’이 필수란 사실부터가 그렇습니다. 여간해선 어쭙잖은 꼼수가 통하지 않거든요. 자신의 노력만으로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이 존재한다는 것도 비슷합니다. 농부에게 그건 태풍이나 가뭄 같은 천재지변일 텐데요. 취업 준비생도 마찬가집니다. 들어가고 싶었던 기업이 별안간 그 해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철회할 수 있죠. 경제 불황으로 전년도까지 1000명 뽑던 기업이 채용 규모를 절반 이상 줄여버릴 수도 있고요. 아, 취업과 농사 둘 다 가을이 전통적 ‘수확’의 계절이란 점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황금색으로 익어가는 논입니다.

또 한 가지, 두 일 모두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저 씨 뿌리고 기다리기만 하면 벼가 제대로 영글지 않듯 취업 역시 만만찮은 ‘중간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으니까요. 졸업 학점이나 각종 대외 활동, 입사 시험, 기업 제출용 에세이(essay) 등이 성공적 취업으로 향하는 대표적 관문일 겁니다.

 

‘족집게 비법’의 환상은 버려라

오늘 제가 들려드릴 얘긴 이 많고 많은 중간 과정 중 에세이에 관한 겁니다. 적지 않은 대학생이 취업 준비 활동 중에서도 특히 에세이 작성을 어려워합니다. 그런 만큼 ‘에세이 잘 쓰는 법’에 대한 일종의 ‘족집게 비법’을 갈망하죠.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비법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글이란 원래 ‘정답’이 없는 활동이니까요. 설사 답이 있다 해도 취업용 에세이의 목적이 ‘특정 기업의 자사 입사 희망자 평가’에 있는 한 그 답은 오로지 해당 기업 입사용일 뿐입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취업을 준비하는 대다수 대학생에겐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은 방식이죠.

노트에 필기하는 사람들

요컨대 전 여러분께 ‘변주 가능한 에세이 작성 요령’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다시 말해 이런 유(類)의 글을 쓸 때 빼놓지 말아야 할 몇 가지 재료와 조리법을 알려드리려는 거죠.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누구든 지원하려는 기업의 특색과 지원 시점을 전후한 제반 상황 등에 맞춰 자신의 얘길 이리저리 응용, 최상의 요리를 선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본론 시작에 앞서 모쪼록 명심해주셨으면 합니다. 이 얘긴 결코 ‘삼성전자 입사용 에세이 족집게 강의’가 아니란 사실을 말이죠.

사실 저도 올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합격자가 출제해야 할 에세이 주제가 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지금으로선 가장 최근 출제된 문항을 토대로 꼭 포함돼야 할 내용이나 구성 요령, 표현 방식 등을 어림짐작해 말씀 드리는 게 최선일 텐데요. 그런 의미에서 올 4월 삼성그룹이 ‘2014 상반기 3급 신입사원 공채’ 당시 SSAT 합격자에게 요구한 에세이 문항을 한 번 살펴볼까요?

1. 지원하신 직무를 선택한 이유와, 그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지금까지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구체적으로 서술해주시고, 그 경험들이 앞으로 회사와 본인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것이라 생각하는지 작성해주시기 바랍니다(1000자)

2. 도전적인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였던 경험에 대해 서술해주십시오. 목표·계획의 세부적인 내용과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한 방법, 결과적으로 본인이 얻은 성취에 대해 구체적으로 써주시기 바랍니다(1000자)

3. 지원하신 회사와 관련된 최근 이슈 중 본인이 생각하기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한 가지 선택한 후, 해당 이슈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설득력 있게 밝혀주시기 바랍니다(1000자)

올 상반기 공채 당시 삼성그룹이 SSAT 합격자에게 합격 통지문을 발송한 건 4월 25일, 에세이 제출 기한은 4월 28일 오전 10시부터 4월 30일 오후 12시까지였습니다. 짧게는 사흘, 길게는 닷새 만에 1000자짜리 글 세 편을 완성해야 하는 강행군이었죠. 따라서 평소 글쓰기에 유독 자신 없는 지원자라면 세부 내용이 좀 달라질 각오를 하더라도 초안을 어느 정도 써둘 필요가 있습니다.

 

1순위는 글의 ‘무게중심’ 잡기 

위 3개 문항을 유심히 관찰하면 일정한 유형(pattern)이 보입니다. 일단 1·2번 문항은 ‘나(지원자 본인)’에, 3번 문항은 ‘(지원자가 들어가려는)회사’에 각각 무게중심이 실립니다. 1·2번 문항은 다시 ‘지원 희망 기업과의 관련선상에서 고민한 나’와 ‘지원 희망 기업과 무관하게 오롯한 인간 존재로서의 나’로 구분됩니다. 즉 삼성전자 입사자에게 이 3개 항목의 핵심 주제는 각각 △삼성전자 지원자로서의 내 특징과 목표 △삼성전자와 딱히 관련은 없지만 자랑할 만한 내 성격과 성과 △요즘 삼성전자를 둘러싼 주요 이슈와 그에 대한 내 생각 정도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글의 주인공이 누구(무엇)냐에 따라 그 구성 방식과 준비 요령은 상당히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일단 글쓴이 자신을 상대적으로 많이 드러내야 하는 1·2번 문항부터 살펴볼까요? 이 두 항목의 작성법은 여러분의 보다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속담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에 빗대어 설명할까 합니다.

‘보배’ 같은 답변을 작성하려면 일단 꿸 ‘구슬’이 필요할 겁니다. 오늘날 여러분을 존재하게 한 모든 시간이 무수한 구슬로 이뤄져 있다고 할 때, 여러분은 그 많은 구슬 중 어떤 걸 골라 ‘에세이’라는 목걸이를 완성하시겠어요? 전 이와 비슷한 순간을 접할 때마다 떠올리는 질문이 있습니다. ‘내 삶을 한 편의 영화로 만들 때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장면이 뭘까?’ 이제껏 살며 자신이 가장 반짝였던 순간, 스스로 생각해도 값진 경험, 고생 끝에 만끽한 쾌감, 성격과 행동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나 책….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장면들을 하나씩 포착, 기록해보세요. 막연히 상상만 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기억이 떠오를 겁니다.

업무에 필요한 물건들이 놓여 있는 책상

구슬 선별 작업이 끝났다면 머릿속에 두 개의 바구니를 준비해주세요. 첫 번째 바구니엔 지원하려는 직무와 관련된 경험을, 두 번째 바구니엔 ‘나’란 존재를 타인에게 왜곡 없이 보여줄 수 있는 경험을 각각 담으시기 바랍니다. 바구니 속 구슬은 각각 서너 개면 충분합니다. 단, 한가운데 배치할 ‘주인공 구슬’은 되도록 한 가지만 정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선택과 집중’ 전략쯤이라고 해두죠.

자,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여러분의 짐작대로 ‘구슬 꿰기’입니다. 사실 이 단계에선 약간의 ‘기교(technic)’가 필요합니다. 왜, 블록버스터 영화에도 ‘인기 공식’이 있잖아요. 인상적 첫 장면, 탄탄한 플롯, 풍부한 캐릭터, 생생한 묘사, 독창적 표현, 복선 같은 것들 말이에요. 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깜짝 놀랄 만큼 흡사하죠. 시선을 사로잡는 첫 단락,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구성, 뻔하지 않은 문장과 표현, 독자를 묘하게 끌어당기는 여운….

여기까지 읽은 분 중 몇몇은 이렇게 볼멘소리 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세이 한 편 쓰는 데 뭐가 이리 복잡해? 차라리 소설을 쓰겠다!’ 네, 맞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죠. 여러분이 ‘수백 편의 에세이를 한정된 시간에 읽고 줄 세워야 하는’ 입장이라면 어떤 글에 더 눈길이 갈까요? 고만고만한 원고뭉치 사이에서 품 들인 흔적이 역력한 글을 발견했을 때의 심정은 수십 년간 산천초목을 찾아 헤매다 마침내 산삼 뿌리를 발견한 심마니 못지않을 겁니다. 잊지 마세요, 여러분의 에세이를 평가할 인사 담당자도 여러분과 똑같은 인간이란 사실을.

평가 점수 체크란

 

종이 신문, 생각보다 쓸모가 많다

한편, 3번 항목 작성에 가장 필요한 역량은 ‘오늘을 보는 눈’입니다. 이건 앞선 두 항목처럼 ‘나’에게 집중한다고 저절로 키워지는 능력이 아니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꾸준히 간섭해야 비로소 갖출 수 있는 자질입니다.

취업 준비하기도 바쁜데 어떻게 그런 것까지 챙기느냐고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제가 꺼내놓는 대답은 ‘종합 일간지 정독’입니다. 매일 주요 일간지엔 다양한 국내외 기업 관련 뉴스와 칼럼이 실립니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 소식은 거의 매일, 어떨 땐 하루치 지면의 상당 부분에 걸쳐 소개되죠. 지원 기업이나 계열, 직무 등을 확정 지은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 이보다 유용한 자료를 찾긴 쉽지 않습니다. 약간의 부지런함만 더한다면 거의 모든 정보를 무료로 얻을 수 있죠!

종이 신문과 안경, 커피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면 최소 6개월은 되도록 ‘종이신문 구독’ 형태로 일간지를 받아 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장담하건대 말 그대로 정독(精讀)하신다면 이 항목 답안 작성엔 별다른 준비가 필요 없습니다.

만약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라면 에세이 작성일을 기준으로 3개월이든 6개월이든 일정 기간을 정해 지원 기업 관련 주요 이슈를 조사해보세요. 그 결과를 바탕으로 5개 안팎의 목록을 만든 후 그 중 ‘내가 가장 자신 있게 떠들 수 있는’ 주제를 고르시기 바랍니다. 모름지기 글은 아는 만큼 써지는 법이니까요. 단, 노출 빈도 측면에서 ‘1등’과 ‘꼴등’ 주제는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제가 에세이 평가자라면 너무 많이들 써대 식상한 얘기도, 지나치게 전문적이거나 지엽적이어서 눈길 가지 않는 얘기도 별로 매력적이지 않을 것 같거든요.

 

독창성은 은메달, 진정성은 금메달

독창성과 진정성을 겸비한 글이야말로 진짜 좋은 글, 이란 게 제 생각입니다. 외마디 ‘카톡(카카오톡)’ 메시지든, 서너 문장으로 된 카드든, 한 편의 시든, 대하소설이든 이 명제에 예외는 없습니다. 물론 오늘 제가 말씀 드린 취업용 에세이도 마찬가지고요. ‘다른 지원자의 것과 좀 다른데 진심이 보이네!’ 여러분의 글로 심사위원에게 이런 인상을 심어줄 수만 있다면 거지반 성공이란 얘기죠.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 ‘작가란 무엇인가’(다른)는 미국 문예지 ‘파리리뷰(the PARIS REVIEW)’의 작가 인터뷰 모음집입니다. 인터뷰이 중 하나였던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은 책에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독창성의 비결은 아주 간단합니다. 그전에는 결합된 적이 없는 두 가지를 결합하면 됩니다.”(99p) ‘독창적 글쓰기’가 영 어렵게 느껴진다면 여러분도 파묵식(式) 해석에서 힌트를 얻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를테면 유년 시절 기억 중 삼성전자와의 연결고리를 떠올려 글 중 삽입하는 식으로요. 시침 뚝 떼고 에세이를 신문 기사나 소설 속 한 장면처럼 써보는 시도도 근사할 것 같아요.

백지와 연필이 놓여 있는 책상

사실 독창성보다 열 배는 중요한 게 진정성입니다. 좀 투박하고 서툴러도 글쓴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면 그 글만큼 감동적인 건 없죠. 그러니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영 자신 없다면 독창성은 접어두고 글에 여러분의 진심을 담으려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이와 관련, 제 경험담을 하나 들려드리면서 오늘 글을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14년간의 신문사 생활을 끝내고 삼성전자로의 이직을 준비하며 제게도 여러분과 비슷한 ‘글쓰기 미션’이 주어졌었습니다. 굳이 위 3개 항목에 비춰보자면 1번 문항에 가까운 글을 제출해야 했죠. 당시 전 새로운 직장에 ‘난 일을,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란 메시지를 무엇보다 전하고 싶었습니다. 몇 날 며칠간 적당한 ‘구슬’ 찾기에 골몰하던 제 머릿속에 문득 입사 초기 동생이 써준 사보(社報) 기사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부랴부랴 찾아본 그 기사엔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피곤했는데.” 어느 아침 출근하러 현관문을 나서며 언니가 그랬다. 입사한 지 1년 하고도 몇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요즘은 아침이면 막 설렌다. 오늘 하루는 무슨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싶어.” 멋있는 프로페셔널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언니는.

<조선일보 사보 2001년 4월 13일자 ‘가족석’ 중>

결국 이 단락은 당시 제 글의 첫머리를 장식했습니다. 동생이 글 속에서 제게 붙여준 ‘멋있는 프로페셔널’이란 표현 역시 “이후 줄곧 동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멋있는 프로페셔널로 살기 위해 노력했고, 새 직장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란 다짐으로 재활용됐죠. 솔직히 그건 당시 제 입장에서 담을 수 있는 ‘최선의 진심’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여러분께 참 많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구슬 꿰어 보배 만들기, 일간지 챙겨 읽으며 뉴스 감각 익히기, 뻔하지 않게 독창성 갖추기, 어떤 경우에도 진심 담기…. 어찌 보면 당연한 듯 느껴지는 메시지겠지만 이 중 한두 가지만 마음에 새겨도 이전과는 한결 다른 수준과 감성의 에세이를 완성하실 수 있을 겁니다. 자신 있으시죠? 이상, 여러분 모두의 건투를 기원하며 삼성전자 커뮤니케이터 최혜원이었습니다.

추신.

혹 도움이 되실까 해 올여름 삼성그룹 요청으로 제가 진행했던 영삼성 ‘작문특강'(동영상, 5회분) 접속 페이지를 알려드립니다.
‘에세이 작성’을 주제로 한 4편 영상에선 실제 답안을 분석, 제 나름대로 첨삭한 내용도 포함돼 있으니 도움이 될 거예요.

 영삼성 ‘삼성인특강'(작문 특강 편)

‘삼성 채용 에 관한 지난 콘텐츠는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사이드 삼성 채용_① 2014년 하반기 삼성전자 3급 신입사원 채용 미리보기

인사이드 삼성 채용_② 삼성 채용에 대한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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