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빅데이터 시대, 기업의 필수 생존 전략은?

2015/05/22 by 문송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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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


 

“그건 기본을 지키지 않아 그래.” 살다보면 종종 이런 말을 하고 또 듣는다. 무슨 일이든 기본 철칙을 도외시하면 아무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해도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제대로 된 전문가는 매사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 설령 결과물이 훌륭해 보여도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 쓸모없는 가치에 불과하다. 소비자 호평도 기대하기 어렵다. 소비자는 비록 비전문가이지만 어떤 게 좋고 나쁜지 직관적으로 안다. ‘내 돈 내고 받는 재화(서비스)’인 만큼 대충, 어설프게 넘어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좋은 설계도 VS. 나쁜 설계도

기업 데이터를 설계할 때도 마찬가지다. 설계 담당자(이하 ‘설계자’)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했다 해도 전문가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보자. 대부분의 기업은 인사 업무 관련 데이터를 설계할 때 “인사 부서가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한다”는 매뉴얼 내용을 기준으로 <그림1> 혹은 <그림2>와 같은 데이터 설계도를 만든다. 하지만 둘 다 명백한 ‘수준 미달 설계’다. 하지만 도표를 접한 설계자 대다수는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아니, 뭐가 잘못됐다는 거지? 다들 그렇게 하고 있잖아. 누군가 내게 같은 설계를 부탁해도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그림 1 인사 부서가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한다 인사 부서>지급>급여, 그림 2. 인사 부서가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한다 인사부서>지급>직원

위 두 그림은 모양만 보면 설계도가 맞지만 수준은 ‘유치원생급’이란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결과 표현에 급급해 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설계도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급여가 그렇게 지급돼야만 하는 연유와 내막이 설계도 내에 드러나 있어야 한다. ‘급여 지급’의 주제가 인사 부서인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에 앞서 지급 행위를 구성하는 세부 원인 행위가 구체적으로 하나씩 규명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 과정이 설계도상에 가시적으로 표현되지 않으면 설계자와 관찰자 간 소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관찰자가 설계도에 깔려 있는 배경과 사상을 이해할 길이 없다면 그 설계도는 실패작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 그림 속 설계도가 설계도답게 구성되려면 급여 지급에 선행되는 행위, 이를테면 ‘출장’ ‘교육’ ‘강의’ ‘휴가’ 등이 설계도에 구현돼야 한다. 그런 다음, (최종 행위로서의) ‘지급’을 설계도 내에 나타내야 비로소 앞뒤가 들어맞는다.

 

데이터 설계에도 ‘소통’이 필요해

사람의 뇌를 그리고 있는 남자

제대로 된 데이터란 관찰자가 객관적 시각으로 들여다봤을 때 설계 도중 설계자의 머릿속이 읽히는 데이터다. 이때 ‘제대로’는 ‘수준 미달을 겨우 면한 정도’를 뜻한다. 과정과 절차가 무시된 ‘결과 중심 설계’는 참담한 실패를 불러올 뿐이다. 설계 사상과 철학의 핵심인 ‘원인-결과 상호 대응관계’가 관찰자에 의해 정확하게 읽히지 못한다면 그건 설계도가 아니라 무의미한 추상화에 불과하다. 그런 설계도라면 나중에도 쓸모를 찾기 어려워지므로 처음부터 공 들여 제작할 가치도, 추후 정보 시스템 개발 결과물로 유지하거나 보수할 가치도 없다.

서로 소통하는 두 남자의 모습

좋은 설계도엔 ‘소통’이 존재한다. 단, 여기서의 소통은 언제나 ‘쌍방향’적이어야 한다. 관찰자도, 설계자도 상대가 어떤 배경과 의도로 논리를 펼치고 있는지 소상히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소통 가능한 데이터 설계도의 제작 여부는 순전히 설계자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어서” “직장에 들어온 후 내게 설계 방법을 가르쳐준 선배가 없어서”란 말은 한낱 변명일 뿐이다. 요행히 과정과 절차를 중시하는 전문가를 만나 제대로 된 설계법을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노력만으로도 결과를 중시하는 현행 기업 관행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설계자 스스로 몇 차례 시행착오만 거치면 누구나 완수할 수 있는 임무란 얘기다.

기업 정보 시스템이 생명력을 발휘하려면 데이터 설계 분야에서 “혼자서도 완성도 높은 설계도 제작에 도전해보겠다”는 작은 영웅들이 기업마다 넘쳐나야 한다. 자체적 데이터 설계 능력은 빅데이터 시대에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핵심 역량이다. 이제껏 그래왔듯 위탁 업체에 맡겨버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그런 생각은 본인 소유 기업의 빅데이터를 거대한 쓰레기 더미로 만드는 ‘자포자기 선언’이나 다름없다.

※ 이 칼럼은 전문가 필진의 의견으로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by 문송천

KAIST 경영학과 교수 (삼성전자 전문가 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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