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자동차가 바꿀 미래 도시, 어떤 모습일까?

2015/02/27 by 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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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올 1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전자제품 전시회라고 할 수 있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5’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삼성전자를 비롯, 국내외 내로라하는 기업이 저마다 제품과 기술을 자랑했다. 올해 이 자리에서 가장 많은 찬사를 받은 기업은 놀랍게도 ‘전자’ 회사가 아닌 ‘자동차’ 회사였다. ‘F015’란 미래형 자동차 모델을 내놓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그 주인공이다.

 

가전 전시회의 주인공이 자동차?

 

F015는 아직 ‘콘셉트 모델’에 불과하긴 하지만 자율주행 기능과 거실처럼 바꿀 수 있는 인테리어, 실내 전체의 스크린 전환을 통한 사무 수행 기능 등 현재까지의 자동차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만한 개념이 총집결된 자동차다. 물론 상용화 시기에 대해선 여전히 많은 논란이 있다. 하지만 이미 구글은 무인자동차의 사업화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테슬라 역시 대형 대시보드와 편의성을 갖춘 전기자동차의 상용화와 보급을 통해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메이저 자동차 업체들마저 과거의 보수적 입장을 전환, 신차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F015의 시장 출시 시기는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전기차의 이미지입니다.

자동차를 ‘자동차 산업’으로만 간주하는 건 전체 변화 중 ‘빙산의 일각’만 보는 격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개인용 이동 기계’ 자동차의 대중화는 ‘20세기 최대 사회 변화’의 하나로 꼽힌다. 자동차가 널리 보급되면서 대부분의 도시는 자동차가 잘 다닐 수 있는 도로, 자동차를 제대로 주차할 수 있는 인프라 등 ‘자동차 소유자’를 배려한 공간 조성에 주력해 왔다. 특히 미국은 1960년대 이후 자동차 보급 확대로 교외 도시의 탄생과 도시공동화(空洞化) 현상, 쇼핑몰 번성 등 사회 경제 전반이 완전히 바뀌었다.

 

자동차, ‘정보기술 터미널’로 이해해야

포드의 T 모델 자동차입니다.▲자동차 대중화의 포문을 연 포드의 ‘T’ 모델

전기자동차나 연료전지 자동차, 그리고 자율주행 무인자동차의 보급은 초기 자동차 보급 당시와는 또 다른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조이 이토(Joi Ito)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소장은 “미래 도시는 현재보다 인구밀도가 높으면서도 건강한 생태계에서 살아갈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13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혁신도시 포럼(Innovative City Forum)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기도 했다.

“기술은 도시를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기술이 일반화되고 그 결과가 인프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 도시의 형태는 바뀝니다. 가장 큰 변화는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에서 나타났는데, 아직 도시계획이나 도시 디자인엔 이 같은 기술 환경의 변화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도시를 새로운 정보기술의 관점에서 처음부터 완전히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작으면서도 공유가 가능하고, 언제든 간단히 주차할 수 있는 자동차는 ‘모바일 시대’를 연 스마트폰처럼 도시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종의 ‘정보기술 터미널’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MIT가 개발한 ‘시티카(City Car)’는 그런 개념을 잘 살렸던 프로젝트다.

시티카의 모습입니다.

 

파리가 ‘미래형 도시’로 주목받는 이유

이런 변화는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이끌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폰이 이전 휴대전화 제조사의 틈바구니에서 혁신을 만들어냈듯 전혀 새로운 기업이 이런 변화를 선도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 위해선 경량이면서도 공유가 가능한 전기자동차, 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충전 인프라, 그 밖에 운영 알고리즘과 인터페이스 기술 등이 필요할 것이다. 이 작업은 단순히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도시 인프라를 계획하거나 재편하는 한편, 운영 관련 서비스나 유지보수 등 전통적 자동차 제조산업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비로소 실현 가능한 목표다.

또 한 가지, 다소 먼 미래의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주거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 이를테면 아주 작으면서도 움직일 수 있는, ‘변형 가능한 집’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단적인 예로 거실과 침실, 사무실 역할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도록 움직이는 벽을 설정한 아파트가 저렴한 가격에 보급될 수 있다면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 뿐 아니라 도시 주거 환경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작지만 효율성이 극대화된’ 미래 도시 형태는 자동차 발명 이전 유럽의 여러 도시들이 목표로 삼았던 도시 형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프랑스 파리는 자동차가 발명되기 이전에 조성된 도시인 관계로 작고 밀집된 거리가 여럿 연결된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때문에 파리 시민들은 대부분의 용무를 걸어 다니며 해결한다. 그래서일까, 오늘날 파리는 새로운 자동차 기술과 문화, 거주 등 다양한 ‘시험장’ 역할을 자처하며 미래형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이렇게 가정할 때, 새로운 자동차 기술은 ‘(개인의) 소유와 활용’보다는 대중교통의 성격을 지니되, 필요 시 누구나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해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맥락에서 고려할 때 미래 도시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기술은 △언제, 어디서나 간단히 호출해 이동할 수 있는 개인용 자동차(무인 작동 형태면 더 좋을 것이다) △특정 지역에서 여러 사람이 호출할 경우 활용 가능한 대형 버스나 트램 등일 수 있다.

카쉐어링하는 여성의 모습입니다.

 

‘매력적 미래 도시’ 설계, 이렇게 하자

앞으로 도시 계획을 할 땐 상업지구와 주거지구를 나누는 등의 천편일률적이면서도 기능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매력을 주고 보다 많은 이가 교류하도록 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컨대 △대학이 있고 △그 주변으로 매력적 아티스트들이 몰려들고 △인근에 사람들이 쉽게 거주할 수 있는 동시에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며 △대중교통 이동이 자유로운 중심지가 곳곳에 산재하며 각각을 연결할 수 있다면 해당 도시의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다. 단지 큰 산업을 한두 개 유치하고 기업 몇 곳이 입주한다고 해서 도시의 장기 가치가 높아지진 않는다.

이런 변화가 가속화되려면 이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자동차 도시공학·설계를 담당해 왔던 기존 전문가 그룹의 사고부터 바뀌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도시의 행정이나 계획을 세우는 도시 공무원과 시장 리더십 그룹들도 기술과 미래에 대한 기술 혁신 시도에 인색해선 안 된다.

※ 이 칼럼은 전문가 필진의 의견으로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by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삼성전자 전문가 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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