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4부작 릴레이 칼럼] 사물인터넷(IoT)을 말한다_②사물인터넷, 넌 대체 누구냐?

2015/01/13 by 김수형
공유 레이어 열기/닫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김수형 MBN 기자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은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 ‘2015 CES’ 개막 기조연설 중

사물인터넷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세계 굴지의 기업 사장이 사물인터넷을 두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걸까. 사물인터넷이 신 같은 존재라도 된다는 얘길까.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사물인터넷, 대체 넌 누구냐.

 

2025년, 애주가 홍씨가 ‘절주’하는 법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는 술을 즐긴다. 여기, 술을 특별히 좋아하는 홍길동씨가 있다. 홍씨가 술을 즐겨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직업이어서’가 첫째,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어서가 둘째다.

한 남성이 맥주 한 잔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 결과, 건강검진은 홍씨에게 매년 적신호를 보냈다. 간(肝) 수치가 평균치보다 3배 높다, 지방간이 있다, 술 먹으며 곁들이는 삼겹살 때문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 하지만 직업상 사람을 안 만날 수 없고 마땅한 스트레스 해소법도 없어 홍씨는 항상 고민이다. 몇 번이고 술을 줄이려 했지만 그때마다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그는 A사가 출시한 ‘음주 센서’를 달기로 했다. 병원에서 설치하는 이 센서는 손톱보다 작은 크기로 혈관과 간에 심어져 혈액 내 각종 수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준다. 체내에 알코올이 들어오면 투입량과 그로 인한 간 수치 변화 등의 정보가 센서 부착자와 주치의·가족 등 지인의 스마트기기를 통해 전송된다. 연일 술을 마셔 간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술을 마신다면 센서는 일단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래도 계속 알코올이 체내로 흡수되면 센서가 작동, 몸에 해롭진 않지만 거북한 전기 자극이 가해진다. 경고 메시지까진 무시했던 홍씨는 술이 들어갈 때마다 느껴지는 찌릿함과 거북함 때문에 더 이상 술을 입에 대지 못한다. 그 사정을 아는 상대방은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중요한 건 건강”이라며 무알코올 음료수를 건넨다.

 

2020년, 더 이상 세월호 참사는 없다

B회사는 여객선을 주문하면서 여객선 내에 첨단 ‘탈출센서’를 부착했다.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준석 선장은 탈출했지만 수학여행을 떠났던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등 300여 명이 사망했다. 사고 당시 바닷물은 그리 차갑지 않았다. 파도 역시 잔잔해 선장과 승무원들이 탈출 명령만 제대로 내렸다면 대형 인명 피해는 줄일 수 있었다.

커다란 선박이 항해중입니다.

B회사가 자사 여객선에 채택한 탈출센서의 원리는 이렇다. 배의 경사와 그에 따른 위험, 바닷물 온도와 파도 높이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그래서 선박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고 선장과 승무원의 지원마저 기대하기 어려울 때 바닷물 온도와 파도 높이를 감안, 승선자의 강제 탈출을 유도한다. 이 센서가 작동하면 자동으로 안내 방송이 나오고 탈출 통로가 생성되며, 구명보트 역시 저절로 바닷가에 던져져 최악의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인명구조를 위한 구명보트가 바다를 가릅니다.

2025년 음주센서는 ‘홍길동씨의 건강 회복’이란 인류 당면 과제 해결에 기여한다. 2020년 탈출센서 역시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과 인명 피해 최소화’란 인류 당면 과제 해결에 기여한다.

 

5년 후 예상 시장 규모 7700조 원

사물인터넷은 말 그대로 사물끼리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다. 지금껏 사람이 정보를 주고 사물이 받기만 했다면 사물인터넷 시대엔 사람의 판단이 개입하지 않아도 사물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핵심은 연결이다. 통신망이 발달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간 연결에서 사물과 사물 간 연결로 진화한 것이다.

한 남자가 볼펜을 들고 빨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음주센서와 탈출센서는 사람과 여객선의 각종 정보를 습득한 후 이를 스마트폰과 선박 자동화 시스템에 전송하는 구조로 설계된다. 사물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다. 사람과의 연결은 한계가 뚜렷하지만 사물과의 연결은 무한하다. 이 때문에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약 2000조 원이었던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 7700조 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사람에게 달라붙는 센서도 크게 늘어 일본 경제 주간지 닛케이 베리타스는 “10년 후 사람에게 붙는 센서는 132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올해 나이는 16세… 아버지는 캐빈 애쉬튼

사물인터넷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지난 1999년이다. 당시 글로벌기업 피앤지(P&G)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근무하던 캐빈 애쉬튼(Kevin Ashton)은 통신 기술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모든 사물에 컴퓨터가 내재돼 인간 도움 없이 스스로 알고 판단한다면 고장·교체·유통기한 등을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이 같은 사물인터넷은 인터넷의 업적 이상으로 세상을 바꿀 것이다.” 오늘날 최대 화두인 사물인터넷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현재 벨킨(Belkin) 사에서 스마트그리드 사업 등을 총괄하고 있는 애쉬튼은 지난해 매일경제 IoT혁명프로젝트팀과의 인터뷰에서 “휴대전화나 무선인터넷은 눈앞에 와 있지만, 센서들의 광범위한 확산 같은 부문은 여전히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것도…?” 일상 속 빠르게 침투 중

사물인터넷은 피부로 느끼지 못할 뿐 지금도 우리 곁에 꽤 가까이 존재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 사용하는 하이패스가 단적인 예다. 하이패스를 장착한 자동차가 톨게이트를 지나가면 하이패스 단말기와 톨게이트 단말기가 알아서 통신, 통행료를 지불한다. 단순한 사물인터넷 방식이다.

이뿐 아니다. 기업들도 하나 둘 사물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해 한 인터넷 플랫폼 업체가 내놓은 서비스는 소비자가 업체 제휴 커피숍 등에 들어가면 커피숍에서 소비자의 스마트폰을 인식, 추천 메뉴를 정해주고 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즉 소비자의 스마트폰과 커피숍 내 단말기가 소통해 스마트폰으로 방문 당일의 행사 상품을 보여주고, 과거 빅데이터를 분석해 추천까지 해주는 형태다. 사물인터넷은 이 밖에도 공장 자동화 시스템과 비행기 엔진 수리 등 적지 않은 분야에 이미 활용되고 있다.

 

유망 분야는 ‘헬스케어’, 유망 제품은 ‘자동차’

사물인터넷의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헬스케어 시장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가 가속화하면서 점차 인구는 줄고 개개인은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어하게 될 것이다. 사물인터넷을 통한 건강 관리는 이를 도울 수 있다. 앞서 예로 든 ‘체내 센서’가 대표적 사례다. 인간은 몸 속에 심은 센서를 통해 수술대에 오르지 않아도 체내를 시시각각 관찰할 수 있고 필요 시 즉각적 처치도 가능하게 된다. 실제로 심장 주변에 부착, 심박동 수치를 병원이 바로 확인해 급성 심근경색을 막을 수 있는 제품이 나와 있다. 노인용 슬리퍼에 센서를 달아 슬리퍼 작동 정도로 사고를 막는 제품도 출시됐다. 사물인터넷의 활약이 특히 기대되는 분야는 당뇨병 등 만성질환 분야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 조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경우, 약 복용 단계에선 연간 40만 원이 들지만 인슐린 복용 단계에선 연간 900만 원이 소요된다. 이에 착안, 한 다국적 제약사는 아이폰과 연계한 혈당 점검기를 도입해 의료진과 정보를 공유하도록 고안하기도 했다.

청진기를 허공에 대니 개인의 각종 의료 정보가 홀로그램으로 보입니다.

사물인터넷이 가장 잘 접목될 수 있는 ‘분야’가 헬스케어라면 ‘제품’ 중 가장 연결고리를 많이 찾을 수 있는 건 단연 자동차다. 자동차 좌석에 앉는 순간 운전자의 목적지는 자동차의 목적지와 일체가 된다. 그와 동시에 자동차는 운전대와 카시트, 거울 등을 통해 운전자의 상태를 자연스레 점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마다 일정 장소를 찾는다면 자동차는 사용자 패턴에 따라 그 장소가 문을 닫았는지, 남은 좌석이 있는지 등을 자동으로 점검할 수 있다. 나아가 훗날엔 운전자의 스마트기기로 맥박을 측정, 자동차에 관련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이 시스템이 가능해지면 자동차는 운전자의 음주 상태를 파악, 시동 자체가 걸리지 않게 할 수도 있다. 외국에선 사고가 나면 자동차가 자동으로 신고하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결국 사물인터넷은 사람을 둘러싼 모든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BMW i3 자동차가 전시장에 서 있습니다.

 

‘15세 반짝 스타’, 2015년의 활약은?

사물인터넷 탄생 15주년이던 지난해 CES는 일제히 사물인터넷을 화두로 내세웠다. 가전업체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자동차업체는 스마트카를 앞다퉈 선보였다. 자동차와 가전의 결합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보여준 것도 지난해였다. 하지만 사물인터넷이라고 단정 짓긴 미흡한 수준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사물인터넷이라기보다 (사람이 가전이나 자동차를 멀리서도 지시할 수 있는) ‘원격조종’ 수준에 보다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CES 2015 기조연설에서 사물인터넷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1년이 지난 올해 CES의 화두도 사물인터넷이었다. 불과 1년 만에 사물인터넷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다. CES를 주관하는 게리 샤피로 CEA 회장에 따르면 올해 CES에선 900개 이상의 기업이 사물인터넷 관련 제품을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개방하고 5년 내 전 제품을 연결하겠다”고 선언했다. LG전자 역시 “사물인터넷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도 운전자의 건강 상태, 행동 패턴을 기록해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과 운전 중 위험 상황 발생 시 스마트워치에 진동을 보내 경고하는 기능이 포함된 스마트카를 선보였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수많은 가전업체와 자동차회사, 인터넷 기업은 합종연횡하며 사물인터넷 시장 선점에 나섰다. 구글이 운영체계(OS)의 중요성을 예측해 스마트폰 OS를 안드로이드로 주도한 사례는 ‘사물인터넷 시대에 주도권을 쥐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교훈을 기업에 일깨워줬다.

올해 CES에선 다양한 사물인터넷 제품도 선보였다. 침대에서 일어나면 알아서 켜지는 커피포트, 센서가 부착돼 몸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스마트 양말’, 건강정보 관리 장치가 내장된 목걸이 등이 대표적이다.

 

신이라고 보기엔 2% 부족한…

위 내용만 훑어보면 사물인터넷은 그저 새롭기만(新) 한 게 아닌, 정말 신(神)적 존재인 것 같다. 사물인터넷을 잘만 활용하면 누구나 오래, 편안하게 살 수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물인터넷은 ‘신’이 아니라 ‘친구’ 같은 존재여야 한다. 왜냐고?

사물인터넷 시대엔 센서와 빅데이터가 일을 하는 주체이므로 정작 사람의 할 일은 줄어든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는 “오는 2020년까지 하이패스 보급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린 후 유인 요금소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본격화하면 이전까지 사람이 해 왔던 일을 센서나 컴퓨터에게 뺏기기 때문에 일자리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사물인터넷의 경쟁자는 어쩌면 ‘인간’이 될 수 있다. 머지않아 택시기사들이 (무인택시 개발에 나선) 구글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커다란 은색 자물쇠에 정보를 표현하는 이미지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일자리 감소보다 더 큰 문제는 개인정보 유출이다. 주민등록번호가 인당 10원에 팔린다는 사실은 슬프고도 섬뜩한 현실이다. 향후 기업은 ‘사물인터넷을 통해 얻은 개인정보를 완벽하게 지킬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 사물인터넷이 보편화되면 개인정보는 주민등록번호가 헐값에 매매되듯 도매금으로 취급돼 마구잡이로 팔려나갈 것이다. 당연히 범죄 도구로 악용될 수도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사물인터넷으로 인한 디도스 공격이 연내 현실화될 것”이라며 보안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법과 규제 문제도 선결돼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구글 무인자동차는 지금도 미국 사막을 누비고 있다. 아우디는 올해 CES에 앞서 자동 주행 능력을 갖춘 전기차로 (서울과 부산 간 왕복 거리인) 885km를 미국에서 달렸다. 구글 무인자동차가 국내에 들어온다고 가정해보자. 그 차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무인자동차에 관한 국내 법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앞서 예로 든 음주 센서도 마찬가지다. 사용자의 신체 정보를 전달받은 의사가 처방을 내린다면 이는 ‘원격진료’에 해당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선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원격진료가 금지돼 있다. 사물인터넷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사물인터넷을 ‘기술진보’가 아니라 ‘사회학’으로 정의한다. 아닌 게 아니라 보수적인 법과 제도, 그리고 진보적인 사물인터넷 간 마찰이 가시화되는 날도 머지않았다.

소외감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사물인터넷 시대에선 오감 정보를 습득하는 센서와 그 센서를 통해 쌓이는 빅데이터가 사용자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게 된다. 이 같은 역할은 과거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의 몫이었다. “너 어디 아픈 것 같은데?” “응, 고민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이 같은 형태로 진행되던 대화는 사물인터넷 시대가 되면 “맥박이 평소보다 빠르고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으니 즉시 일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십시오” 같은 스마트기기 속 기계음으로 대체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누구와 대화를 나눠야 할까.

 

떠받들지 말고 친구처럼 지내자

올해 사물인터넷의 나이는 16세. 무서울 게 없다는 사춘기의 절정이다. 사물인터넷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이미 사람들의 주변에 있다. 사물인터넷은 분명 인간의 삶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한다. 기업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줄 것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의 말처럼 ‘인류가 직면한 문제 해결’에 기여할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물인터넷을 맹신하며 신처럼 떠받든다면 적지 않은 마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사물인터넷은 ‘내 어려움을 도와줄 수 있는 친구’로 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게 될 때 사물인터넷은 비로소 ‘진정한 인류의 친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by 김수형

MBN 기자

삼성전자 뉴스룸의 직접 제작한 기사와 이미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뉴스룸이 제공받은 일부 기사와 이미지는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콘텐츠 이용에 대한 안내 바로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