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는 작고 예쁘면 안되나요?

2010/04/22
공유 레이어 열기/닫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소형, 가정용, 저가’로 뛰어들다


왜 그래요? 무슨문제가 있나요?, 레이저 프린터가 기업용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개인소비자들이 과연 사줄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삼성전자가 비록 B2B 비즈니스 역량이 달리지만, 그 대신 가전과 휴대폰에서 구축해온 B2C 영업력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장점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크기를 줄여 가정용으로 바꿔서 우리 영업망을 투입시켜 보는 겁니다. 레이저프린터를 책상 위 소품처럼 작게 만드는 것이지요.”

개인소비자들이 원하도록 만들면 되죠 크기도 줄이고 저렴하게, 소형, 가정용, 저가의 레이저 프린터!!
박종무 차장의 제안은 나름 일리가 있었다. 회의 참가자들이 술렁거리는 동안 잠시 생각하던 최일호 전무가 힘을 실었다.

“그게 좋겠군요. 레이저프린터가 작아진다면 승산이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하면 이쪽 시장은 주도할 수 있을 겁니다. 가정용으로 소형 레이저가 나오기만 하면 잉크젯 쪽도 흔들릴 겁니다.”

작게 만들자는 의견 자체야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브랜드 파워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고, 영업 기조를 수입상이나 유통업체 중심에서 개인소비자 에게로 돌리는 시스템을 갖추는 건 프린팅 사업부 차원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한시적이나마 다른 사업부의 판매망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시 소비자들에게는 ‘잉크젯은 가정용, 레이저는 기업용’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이 강한 데다, 레이저프린터도 컬러는 웬만한 회사에서도 구비하기 어려운 전문가용으로 인식돼 있었다. 그 고정관념을 깨고 시장형성에 성공할지는 미지수였다. 소형으로 만드는 건 엔지니어들이 알아서 한다지만, 결국 문제는 가정용에 적절한 가격대로 낮출 수 있냐는 점이었다.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박종우 사업부장은 소형·가정용·저가라는 세 가지 요건으로 사업방향을 압축하고서 레이저프린터를 향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을 추진했다.

지금 이순간부터 '안된다', '못한다' 라는 말은 버립시다., 프린터도 작고 예쁘게, 맞아요. 흰색말고 다른색을 입혀봐요-
“자가 브랜드로 자리를 잡게 되면 다음에는 규모가 훨씬 큰 B2B시장 공략에 나설 것입니다. 현재 세계 프린터시장은 B2B와 B2C가 각각 8할과 2할 정도로 나뉘어 있는데, B2B시장은 전체 전자기기 시장의 50%가량을 차지합니다. 기존 단품판매방식으로는 보수적인 B2B에서 성공할 수 없어요.”

프린팅사업부는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대가 태어날 때까지는 이 전열이 흩어지지 않을 것이다.

삼성전자가 자기 브랜드를 붙인 프린터를 개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OEM을 주던 업체들이 난색을 표했다. 이쪽 업계는 삼성전자에 주던 OEM주문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동요했지만 달리 이들을 달랠 뾰족한 방책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업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들 업체와 새로운 관계 설정을 통한 달라진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급작스런 대거 이탈을 막는 정도였다.

사업부는 세계 각지의 우수 인력 채용에도 힘을 쏟아, 어려운 조건에서 발굴한 인재들과 함께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때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는 것이 슬로건이다.

<생각을 다르게, 행동을 다르게>라는 슬로건은 오랫동안 유지해온 사업구조 자체를 전복시켜 전혀 다른 사업부로 다시 태어나려는 의지를 확실하게 담고 있었다.

“프린터가 꼭 책상 귀퉁이나 책상 밑과 같은 구석진 곳에 있어야 합니까?”

“PC 디자인은 크기도 줄고 산뜻해지는데 프린터는 왜 작아지지 않는 겁니까?”

“프린터가 굳이 흰 색이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사업부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골격을 꾸며줄 상품기획자, 몸체와 외모를 부여할 디자이너, 숨을 불어넣어줄 제품개발자들이 그대 탄생이 어렵지 않도록 도와줄 것이다. 개발하는 1년 동안 금기어가 있었다. 그대가 태어나려 하는데 ‘안 된다’, ‘못한다’라는 부정한 용어들은 감히 입에 올릴 말이 아니다.

고속 엔진 장착, 더 작게 더 알차게, 1년 동안의 노력이 여기에 모두 담겨..., 세계 최초 개인용 모노 레이저 프린터, 레이!, 드디어 성공!!, 꺄아
꼬박 1년이 걸렸다. 무엇보다 그대 몸집을 작게 줄이는 일이 참으로 어려웠다. 이를 위해, 크기를 줄일데까지 줄인 부품들을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끼워맞추는 방법을강구해냈다. 레이저프린터의 핵심부품인 LSU(Laser Scanning Unit)를 더 작게 만들고, 칩 하나에 여러 기능을 담는 시스템온칩(SoC) 기술을 도입했으며, 자체 보유한 광학·통신·반도체·화학 분야의 기술 등을 집약했다. 그대 몸놀림이 둔해지지 않아야 했으니, ‘고속’ 엔진도 붙였다.

그대는 태어날 때 울음도 터뜨리지 않았다. 세계 최초의 개인용 모노 레이저프린터, 이것이 그대가 처음으로 받은 몸이다. 세상사람들이 그대를 많이 찾도록 가격도 확낮춰, 199달러로 맞췄다. 이로써 삼성전자가 포진한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프린터기술을 보유한 세 번째 국가가 되었다.

세상이 그대를 축복했다. 미국의 사무기기평가 전문기관인 ‘바이어스 랩’은 <올해의 프린터> 시상에서 ‘올해의 제품’으로 그대를 선정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을 그대도 잘 안다.



by 삼성전자 블로그 운영자 블루미


1편과 마찬가지로 갑자기 ‘그대’, ‘내가’ 라는 명칭이 나와서 놀라셨을텐데요~


삼성전자의 프린터 ‘레이’를 의인화하여, 직접 독백형식으로 만들어본 이야기랍니다. ^^
오해없으시길 바랍니다~!

삼성전자 뉴스룸의 직접 제작한 기사와 이미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뉴스룸이 제공받은 일부 기사와 이미지는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콘텐츠 이용에 대한 안내 바로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