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촌놈 주말농장 체험기

2011/05/31 by 블로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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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블로거스와의 만남
‘수도권 거주 30대 중반의 가장’ 

저 스스로를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희망차고 밝은 느낌보다는 묵직한 책임감을 양 어깨에 걸쳐 맨 약간은 어눌한(?) 이 시대상을 반영하는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갑갑한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낄 때면, 도시에서 태어나 평생을 흙 냄새 제대로 맡아보지 못한 저 같은 도시촌놈도 원초적 자연의 삶을 동경하게 되는가 봅니다. 경험해 보지 못한, 막연히 동경하는 그 삶을 말이죠.

최근 농림수산부의 보도자료를 보면, 한 해 귀농, 귀촌인이 4천가구(1만명) 수준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최근 2년 사이 귀농 인구가 2008년 대비 거의 2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대다수의 귀농 연령은 50대이지만, 30-40대의 비율도 상당히 증가 추세에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3년 귀농 가구 수(좌) 및 귀농 연령대(우) (출처: 농림수산식품부/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 최근 3년 귀농 가구 수(좌) 및 귀농 연령대(우) (출처: 농림수산식품부/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귀농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다양한 삶의 가치 추구 등 그 요인이 다양하며, 2009년 부터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귀농정책도 일조를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출처: 농림수산식품부/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저 또한 귀농/귀촌을 꿈꾸며 동경해 오고 있습니다. 한때는 좀 멀더라도 전원주택에 세를 얻어 살까도 생각해 봤습니다만, 수도권 근교를 알아본 결과 놀랍게도 전세물량이 없다고 하더군요! 워낙 찾는 사람들도 많고 이른바 ‘품귀현상’으로 전셋값이 폭등했다고 하는걸 보면 확실히 삶의 가치 추구에 대한 Viewpoint는 바뀐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꿩 대신 닭이라고, 주말농장을 알아봅니다. 헉!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차로 한 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 몇 군데 남아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해당지역 농촌지도자 협회에까지 전화해서 물어봐도.. 왜 이렇게 찾는 사람이 많은 것이냐며 혀를 내두르시더군요.) 아무튼 상황은 이렇습니다.

이야기하자면 길지만, 저는 ‘운 좋게’ 가까스로 화성시 일대의 주말농장을 계약했습니다^^

화성시와 수원대학교에서 공동으로 추진하는 주말생태농장 전경 ▲ 화성시와 수원대학교에서 공동으로 추진하는 주말생태농장 전경 (수도권 가까운 곳에 위치한 주말농장들은  자투리 땅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넓은 들판과 정겨운 시골풍경 등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땅만 확보되면 모종을 팔고 비료도 팔고 해서 주말농장을 운영하던 곳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에는 직접 씨 뿌리고 수확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저 같은 도시촌놈들에게 충분한 즐거움을 줬기에, 유기농이나 건강한 음식에 대한 인식이 좀 부족했던 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트에서 파는 것과 별반 차이 없는 농산물을 수확하기 위해 애써 땀을 흘리는 시대는 이제 지났죠. 단순히 아이들의 교육과 주말의 여가를 위해 농사를 짓는 것 외에도 내 손으로 ‘믿을만한’ 농산물을 수확해서 먹겠노라는 중요한 이유가 생겨난 것 입니다. 3년째 주말농장을 분양 받아 농사를 짓고 계신 한 아주머니께서 그러시더군요.

‘직접 땅에서 화학비료 없이 키워보면 우리가 쉽게 사먹는 농산물들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것 들인지를 알게 될 거에요, 좋은 거름과 방법으로는 절대 마트에 파는 것처럼 크고 보기 좋게 키울 수 없어요.’

저는 1년간 5평의 땅을 계약했습니다. 아래 사진의 막대기와 막대기 사이 한 칸이 5평입니다.

처음 땅을 실제 보게 되면 뭐가 이렇게 작나 싶습니다. 여기서 자란 것들이 얼마나 될까 좀 걱정도 되고요, 그러나 삽과 쟁이를 가지고 땅을 일궈보면 바로 생각이 달라집니다. 5평이라는 작은 땅에서 직접 땅을 일구고 돌멩이를 골라내는 작업은 실제 농사에 비하면 몸풀기 정도도 되지 않겠지만, 도시촌놈인 저로서는 불과 30분도 되지 않아 귀농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더군요. ‘

아, 이거 힘들다..!’

주말농장 전경

▲ 주말농장 전경 (막대기와 막대기 사이가 5평) – 아직은 맨땅이라 딱히 사진으로 남길 것도 없네요^^;

농사는 시기가 아주 중요하다고 합니다. 마음은 이것저것으로 밭을 꽉 채우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뭘 심어도 아직은(4월 초순) 시기가 이르기 때문에 몇 주 더 기다려야 이것저것 심을게 많다고 하더군요,

결국 씨감자만 두 이랑 심고 나왔습니다. 게다가 유기농 방식을 따라야 하므로 비료는 절대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만큼 성장 속도는 떨어지겠죠)

흙을 밟는 재미와 더불어 소꿉장난 같은 농사를 통해 잠시나마 도시생활로부터의 해방감을 맛 볼 수 있다는 것에 작은 행복을 느껴봅니다.

김현준 intelligence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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