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님, 만히 놀도록 하십시오

2011/06/19 by 블로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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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블로거스와의 만남 삼성전자 사람들의 진실하고 솔직한 이야기! 77명 임직원 필진(블로거스)들이 전하는 세상사는 이야기화 삼성전자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제가 종종 인터넷을 통해서 EBS 지식채널e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데, 예전에 방송된 것인 한 가지 생각나서 글을 올립니다. 제목은 ‘만히 놀도록 하십시오.’입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우리 나라 전통적인 교육 기관들은 더운 여름을 특히 학업 능률이 오르지 않을 때 산속 그늘에서 시를 짓고 휴식을 취하며 보냈다고 합니다. 고려시대 사립학교인 12공도도 그랬고 서당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전남대 사학과 교수의 말을 빌리면, 예로부터 교육 기관마다 실정에 맞는 휴식 시간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근대에 들어서는 근대식 교육제도 시행되면서 의무화된 휴식 시간 방학이라는 것이 생겼지요.

그런데 방학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 있으신가요?
사전적인 의미를 이렇다고 합니다. ‘방학(放學) – 학업을 내려놓다.’

1937년 12월 25일 일간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로 기사가 실렸다고 합니다. ‘한 달이나 되는 방학에 아이들 지도법 – 만히 먹고 만히 놀도록 하십시오, 어머니께 드리는 말씀…’ 이 시기 방학의 목적은 더위와 추위를 피하여 학교를 쉬고, 농번기에 가사를 도우며,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신체를 단련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방학이 다음 학기나 다음 학년의 공부를 선행하는 기간이라던가, 부족한 공부를 과외를 통해서 보충하는 기간인줄로 알고 있었는데… 실은 학업을 내려놓는 기간이었네요. 프로그램 마지막 부분에 최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했던 내용이 나오는데요. 요즘 실상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여름방학 계획 1위가 공부(71%), 여름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은 가족여행(24%). ‘초등학생 92% 방학이 싫을 때가 있다.’라는 초등학생 설문조사 답변 결과.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살아 있는 지식을 배워야 할 시기에 모든 경험을 글로만 배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안타깝네요. 요즘 큰 캐리어를 가방 삼아 끌고 학원 뺑뺑이 도는 아이들을 보면 씁쓸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렇게 공부만 한 아이들이 물론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천편일률로 다 이렇게 공부하는 것만이 방법일까요?

요즘 회사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창조’ 그리고 ‘소통’입니다. 창조력이 있고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은 바뀌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라는 기업의 일원으로 속해 있으니, 삼성전자에서 요구하는 인재상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영자나 근로자는 근면성실함을 바탕으로 농부같이 일하면서 global 기업들을 따라왔습니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도 근면하고 성실하며 충성심이 높은 인재를 채용했습니다. 그 역량을 바탕으로 우리 기업은 global 기업들의 fast follower로서 제품을 빠르게 양산하고 많이 판매하는 양적 위주의 성장을 해왔습니다. 질적으로도 큰 개선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따라왔는데 어느 날 눈을 비비고 돌아 보니 따라가던 다른 global 기업이 뒤에 있었습니다. 자, 이제부터 막막해집니다. 무엇을 척도로 제품을 개발하고 누구를 경쟁상대로 싸워야 합니까?
답은 확실해졌습니다. 삼성전자는 이제 follower가 아닌 leader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소비자 needs를 만족시키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품을 먼저 개발하고 trend를 주도하는 것. 이것이 이제 우리 기업의 역할인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가 딱 걸립니다.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소비자 needs를 만족시키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결국 창조의 문제입니다. 그런 생각하면서 일하지 않았는데, 일순간에 창조적인 제품이 나올 리 만무합니다. 그래서 소위 진정한 global leader를 목표로 하는 기업들은 소비자의 needs를 먼저 예측하고,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사내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창조적 사고 방법론’을 도입하고 임직원에게 창의적 사고를 북돋우고 교육합니다. 심지어는 업무 시간을 쪼개서 임직원에게 자유시간을 부여하고 스스로 사고하는 시간을 주는 기업도 생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사람이 사고하는 방식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창조적 조직 문화 조성의 일환으로 신입사원을 뽑을 때 더욱더 creative한 인재채용에 나서고 있습니다. 창조력이 있는 사람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 중에 한 가지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기준으로 창조적인 사람을 뽑아야 잘 뽑았다고 소문이 날까요? 그것 또한 어려운 문제일 겝니다.

옛날 신입사원들은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중에 좋은 놈만 들어왔습니다. 공부 잘하고 성실하고 인간관계가 모나지 않은 그런 사람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 신입사원들은 이상한 놈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여기 올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신입사원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전자회사에 건축학도, 심리학과 출신, 발레 복수 전공자와 같은 특이한 전공자에서부터 학점은 안 좋지만 해외 여행 경험은 많은 사람, 외국어 학원 경영 경험자, 음반을 냈던 사람, 세계 몇 대 최고 봉 등반에 성공한 사람, 전시회 기획 경험자, 해외 봉사활동만 수 십 번 한 사람, 옷 가게 인테리어 다자인 및 운영자, 다양한 공모전 수상자, 특이한 동아리 활동자 등등. 조금 이상하다 싶을 정도의 사람도 종종 있습니다.

즉, 삼성전자는 좋은 놈뿐만이 아니라 이상한 놈들의 역량을 통해서 창조적 제품 혹은 창조적 활동을 생산하길 바랍니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요구하는 새로운 needs를 만족시킬 수 있는 Cross Function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경험을 해본 신입사원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무엇인가 남과 다른 경력이 있는 사람은 남과 달리 생각할 것이고,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면 충분히 창조적인 발상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삼성TV, 보르도TV(좌)와 11년 Smart TV (우)

▲ 창조적인 제품 concept 발상과 혁신적인 제품 개발로 5년 연속 Global TV시장 1위를 하고 있는
삼성TV, 보르도TV(좌)와 11년 Smart TV (우)

 

 

이제 곧 한 달 정도 후면 대학교부터 학업을 내려놓는 “방학”이 시작인데 이 시간을 소중히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학생일 때는 의무감에 스펙 만들기에 집중했습니다. 기업에서 공모전 수상자를 선호한다 하여 여러 공모전에 도전해서 수상 경력을 만들고, 기업 마케팅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1년 동안 마케팅에도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즐기지 않는 경험은 죽은 경험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서에서도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기존 임직원과는 다른 새로운 생각으로 기존 임직원들의 생각을 refresh해주길 바랬는데, 죽은 경험은 선배들에게도 그렇게 좋은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미래에 신입사원이 되어 기업에서 큰 역할을 해야 할 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경험은 책으로 배운 지식만큼이나 평생 여러분에게 큰 지적 자산이 됩니다. 여러분 부디… 다양한 경험을 위해~  방학 동안 만이라도…

“만히 놀고 만히 경험하고 만히 느끼도록 하십시오.”

그 모습이 책으로만 다져진 미래의 여러분 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박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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