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예술은 별 다른 게 없습니다.

2011/06/24 by 블로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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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블로거스와의 만남, 삼성전자 사람들의 진실하고 솔직한 이야기! 77명 임직원 필진(블로거스)들이 전하는 세상사는 이야기와 삼성전자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오래 전부터 이 작가를 이야기해보고 싶었는데 오늘에서야 하게 되네요.

오늘 전해드릴 이야기는 정연두 작가와 제가 겪은 한 가지 일화입니다.

저는 예술의 ‘예’자도 모릅니다. 더더군다나 미술은 학교 다닐 때 ‘양가’집 아들이라고 불리웠죠. 그 만큼 미술이나 예술, 사진 기법 등등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정연두 작가의 작품세계를 논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정연두 작가는 ‘사람들의 못 이룬 꿈이나 소망하는 바를 현실화 시켜 주는 일’을 작품 소재로 삼아 재미난 작업을 하는 분입니다.



Bewitched #1 Seoul 2001, from 정연두 작가 홈페이지

▲ Bewitched #1 Seoul 2001, from 정연두 작가 홈페이지

이 분을 처음 만난 것은 8월의 어느 무더운 날 밤이었습니다. 어떤 강의장에 강사로 오셨던 분이셨습니다. 교육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강의 소도구로 배구공을 준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다들 의아해 하면서 준비는 어쨌든 했습니다. 그 중 한 두 명은 “싸이코 아니야? 예술가는 싸이코 많지 않나??”라는 소리도 들렸구요…(흔히들 하는 말이죠, 오해 없으시길…) 사실 저는 좀 피곤하던 시기라… 별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드디어 이 분의 강의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타나신 분은 평범한 스니커즈에 구김이 있는 면바지 그리고 좀 길어 보이는 남방(한 여름인데…) 외모는 머리에는 굵은 웨이브가 한 번 걸려 있었고, 갸름한 얼굴형에 턱수염을 길렀습니다. 뭐 그다지 좋은 강의나 감동적인 말이 나올 리 만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엄청난 “선!입!견! 이었죠…”

강사는 자기 소개를 마치고 예술과 창조, 창의에 대해서 간단한 놀이를 통해서 설명해보겠다고 하면서 10명 정도를 강의실 앞으로 불러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배구공을 가지고 서로 토스를 몇 번 하는지 놀이를 해보자고 했습니다. 아시죠? 바닥에 공이 떨어지기 전까지 10명이 원을 그리고 둘러서서 몇 번을 공을 주고 받는지 하는 놀이요… 정말 거짓말 안하고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이게 뭐야 이거 하려고 배구공 사오라고 했어?”라는 생각도 했구요.

“제 생각을 틀에 가두고 진짜를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죠.”

앞에 나가서 잠깐 공 놀이를 한 친구들도 의아해 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몇 번은 서먹해 하면서 몇 번 토스를 하지 못했지만 이내 10명의 사람들은 웃으면서 토스를 더 많이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한 참 즐거워할 때쯤 정연두 작가는 토스를 멈추고 공놀이의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깜짝놀랐습니다. 그의 말랑말랑한 표현 방법이 부러웠습니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예술과 창조의 재미를 설명해내고 있었습니다. 그 공놀이와 예술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들어보시죠.
(정확히 옮겨드리지 못함을 아쉽게 생각합니다. 제가 기억 나는대로 옮기겠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한 공놀이는 예술과 같습니다. 창조와 같습니다. 동감하시나요? 여러분이 어떤 작은 아이디어를 구체화 하는 과정은 곧 공놀이와 같습니다. 동감하세요?”
(좌중을 둘러봄, 아무도 대답 못함)

“여러분 공놀이를 하면서 토스하는 횟수가 처음에는 한 번 두 번 밖에 못하다가 4번이 넘어가면 어땠습니까? 4번이 5번이 되고 6번이 되고 비로소 처음 10번을 넘었을 때 어땠습니까? 흥분되고 미소 짓게 되고 행복하고 몰입되고 더 해보고 싶고 그렇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공놀이는 예술과 창조와 같다고 말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아닌 생각(=공)를 아무런 생각의 구속 없이(=어디로 튈지 모르는) 주고 받는 과정 속에 나타나는 것이 창조이고 예술인 것입니다. 그 과정 속에서 여러 분은 때로는 흥분되고, 때로는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면 된 것입니다. 창조, 창의, 예술은 별 다른 게 없습니다.”

이 말을 듣고 실습하는 교육생들을 보니 정말로 예술 작품 제작을 위해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구체화 하는 과정에서 웃음이 떠나가지 않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때로는 어떤 좋은 아이디어가 또 나오면 서로 열광하고 맞장구 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신기하기도 했고 보는 저도 덩달아 즐겁기도 했습니다.



Location # 1, 122cm x 154cm, c-print from 정연두 작가 홈페이지

▲ Location # 1, 122cm x 154cm, c-print from 정연두 작가 홈페이지



생활 속에서 공놀이를 예술과 연관시켜서 모두를 설득 시킬 수 있는 생각. 그것이 창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에든 내 생각을 적용시켜서 그것으로 내 생각을 설명해낼 수 있는 말로 설명 할 수 없는 유연함. 그것이 창조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정연두 작가의 작품 세계가 인정 받고 작품이 창조적이다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술가라는 신기한 사람의 신기한 생각법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정연두 작가 홈페이지 : http://www.yeondoojung.com/

 

박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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