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원이 당신 것인가요?

2011/08/02 by 블로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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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블로거스와의 만남 삼성전자 사람들의 진실하고 솔직한 이야기! 77명 임직원 필진(블로거스)들이 전하는 세상사는 이야기화 삼성전자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얼마 전 일요일에 집에 있다가 비가 그치길래 운동하려고 평촌 중앙공원에 갔습니다. 운동 시작한 지 한 30분 정도 되었을까요… 어디서 백파이프 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백파이프부는 행렬


사진에서 연주하는 저 악기요!!

저는 제 귀를 의심하고, 어디서 나는 소린지 찾고 있는데 공원이 한두 평도 아니어서 찾기 힘들더라구요. 운동에 집중하다보니 어디서 라디오 크게 틀어놨나 보다 하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여러분의 추천 한방이 저희에겐 큰 힘이 된답니다~ ^^

그런데 공원을 계속 돌면서 잔잔히 들리는 소리가… 공원에 어느 쪽으로 가면 소리가 커지고 어느 쪽으로 가면 작아지면서 한 20여 분 동안 계속 연주 소리가 나는 겁니다. 마침 운동도 다 마쳤겠다, 숨 좀 돌릴 겸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신기하지 않나요? ‘비 갠 일요일 오후 경기도 한 공원에서 들리는 백파이프 연주라…’

아무튼 제가 소리를 쫓아 찾아간 곳에는 인자해 보이시는 인상의 중년의 남성 한 분(A라고 칭하겠습니다.)께서 정!말!로! 그걸 연주하고 계셨습니다. 신기해서 옆에 의자에 앉아서 연주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아니 감상했다고 하는 표현이 맞겠네요~ ^^

그렇게 한두 곡(?) 정도를 들으면서 시원한 바람이 겨드랑이 땀을 식혀 줄 때 쯤…
갑자기 중년의 남성 한 분(B라고 칭하겠습니다.)이 백파이프 연주자를 불렀습니다.

‘어이 아저씨…, 아저씨…’

청중이 저 혼자였지만 아저씨는 눈을 감고 연주에 열중했는지 듣지 못했죠!!

‘어이 아저씨~~~~~’

B는 거의 비명을 질렀습니다. -_-;;
A아저씨는 연주를 멈추고 인사를 먼저 하시고 무슨 일이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러자 B아저씨의 막말 시리즈 퀵마우스 시작을 알리는 한마디가 들렸습니다.

‘이 공원이 당신 거야?, 집에서나 불어대지 왜 여기까지 그걸 가지고 나와서 시끄럽게 불어대!’

뒷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한국에서 중년 아저씨 두 명이 싸우는 모습의 전형이었죠!!!’

아~, 저는 집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생각해봤습니다. ‘정말 안 되나?’
내가 그 소리를 신기하게 여기고 즐기고자 했으니 거기 앉아서 들었지 만약 전화를 하고 있었다거나, 누군가와 이야기하며 산책 중이었다고 해도 즐길 수 있었을까? 설령 거슬렸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의 연주를 멈출 권리는 있는가? 그런 건 사실 기진맥진해서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넘겼습니다. (공원 네 바퀴 돌면 6km 정도라서요… 제 저질 체력으로는 마라톤 완주 수준의 체력 소모였죠ㅋㅋ)

 중앙공원 전경

▲ 중앙공원 전경 (출처 : 동안구청 홈페이지/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분수

▲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관리도 잘 되는 중앙공원 (출처 : 동안구청 홈페이지/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오늘 다시 그 날 일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이 공원에 저는 종종 갑니다.
빡빡한 서울 중심가에 살다가, 경기도로 이사 오고 난 후 제일 맘에 든 곳이 이 공원이었을 정도니까요. 구청에서 공원에서 많은 이벤트를 진행하고 공원 관리도 참 잘 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 관리하는 사람보다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데 문제가 있죠. 정확히 말하면 공원을 내 집처럼 아끼지 않고 마구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일례로 한 가지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 공원에 와서 올 여름 들어서 갑자기 나타난 현상…

이 공원은 주말에 텐트촌이 되어버립니다. 주말에 여기에 가면 정말 그늘에 앉아서 쉴 자리가 없습니다. 아니 마음 놓고 걸어 다닐 곳도 없습니다. 텐트, 천막, 심지어는 그물 침대까지 걸어놓고 여유를 즐기고 있습니다. 텐트를 치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공원 관리소 측에서도 허용된 것일 수도 있구요.

그런데… 사람들이 모인 곳에 자연스럽게 배달음식 상인들이 전단을 뿌리고, 시켜 먹고… 그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하는 공원은 악취를 숨가쁘게 뿜어내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화장실이 몇 미터 옆에 있는데도, 어린 아이의 대변을 텐트 옆에서 보라고 바지를 내려 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거나하게 술에 취한 어른들은 공원 곳곳 별로 은밀하지도 않은 곳에서 따끈한 거름을 직접 하사하시는 분도 계시구요. 이 공원을 이용하는 일부 사람들의 천태만상 안 보시면 모릅니다.

공원에 쳐진 텐트들


이야기 처음으로 돌아가서 한 번 물어나 보고 싶네요.

‘정말 이 공원이 당신 것인가요?’
‘당신 공원이 아닌데, 왜 여기서 시끄럽게 악기를 불어요?’ 라고 말했듯이…
‘당신 공원이 아닌데, 왜 시켜 먹고 쓰레기를 그냥 버리고 가시나요?’,
‘당신 공원이 아닌데, 왜 애들 대소변을 그냥 보게 하나요?’,
‘당신 공원이 아닌데, 왜 나무에 거름을 마음대로 주나요?’
‘당신 공원이라면 그렇게 못하죠…, 당신 공원이 아니라 모두의 공원이라고 생각해도 그렇게 못하죠…’

비단, 어느 한 동네 공원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에게는 학교, 회사원에게는 직장 등에서 공공 시설물을 정말 더럽게 사용하는 사람 많고… 소모품 등을 낭비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물론 우리가 내는 등록금이나, 우리가 일하는 노동의 대가로 제공되는 어떤 서비스(?)의 개념으로 보고 마음대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내 집에서라면 그렇게 하나요?

한번 스스로 물어봅시다.

‘학교나 회사가 정말 당신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당신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 있나요? 당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나요?’
박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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