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 훗날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2011/10/26 by 블로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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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블로거스와의 만남 삼성전자 사람들의 진실하고 솔직한 이야기! 77명 임직원 필진(블로거스)들이 전하는 세상사는 이야기화 삼성전자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선배는 나의 미래다



얼마 전 수원 디지털시티에 근무하는 후배들을 만나 차를 마시는데, 한 후배가 갑자기 진지하게 한마디 질문을 던졌습니다.

‘선배, 제가 저희 부서 5년 선배를 가능한 빨리 실력으로 뛰어넘을 수 방법 없을까요?’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하고 들어 와서 자리에 앉으니 제가 입사해서 처음 부서에 인사드릴 때가 생각납니다. 선배들은 이른 아침부터 자리에 앉아서 하루 업무를 계획하고 있었죠.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아서 보니 빈 자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알고 보니, 멕시코로 출장간 한 선배의 자리였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

▲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

 

며칠 후에 그 선배님은 출장지에서 까맣게 타서 돌아왔고(원래 피부가 어두운 톤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ㅋ), 모든 업무에서 폭풍 같은 능력을 제 눈 앞에서 펼쳤습니다. 제게는 영화 매트릭스 주인공 ‘그(네오)’에 버금가는 존재로 비춰졌습니다.

그 때,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의 추천 한방이 저희에겐 큰 힘이 된답니다~ ^^
‘내가 저렇게 되려면 얼마나 걸릴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제 연차가 그 때 그 선배의 연차와 같네요. 그런데 저는 아직도 그 선배 앞에서는 신입 때 그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아요. 아직 제게는 이렇다 할 직속 후배가 없지만(-_-”) 요즘 문득 문득, 후배 앞에서 나는 어떤 선배일까라는 생각을 자주하게 됩니다.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언젠가 사내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본 기억이 납니다.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시는 삼성 임직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건축 현장에서 비가 오는 날 건축자재들이 쌓여 있던 곳 밑으로 들어가서 쓰레기나 흙더미들을 비를 맞으며 열심히 치우고 사무실에 돌아갔더니 더러워진 옷을 보고 사무실에 있던 후배가 물었답니다.

“어디서 그렇게 흙을 묻혀 오셨어요?”
“왜 그런걸 하세요? 저나 업체 시키면 되잖아요~”

 

“시간에 쫓기다 보면 말이지, 직접 해야할 때도 있어.”
“그런데 말이지… 내가 너의 미래다…ㅡ_ㅡ;”

 


개인적으로 그 선배님이 허드렛일만 하시는 분은 아닐테고, 다른 일도 다 잘하시면서 굳은 일까지 솔선수범하는 멋진 선배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후배는 그런 선배의 모습을 보고 무엇(?)인가 느꼈을 테고요 ^^

“그런데 말이지… 내가 너의 미래다…ㅡ_ㅡ;”

이 말을 듣고, 그 후배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선배는 후배의 미래라는 점입니다.

내가 나의 선배를 보고 내 미래를 꿈꾸었던 것처럼 나도 내 후배에게 그런 막연하지만 어떤 본받고 싶은 미래상을 제시해 줄 수 있을까?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요~ 가상의 후배 앞에 나를 세워 놓았을 때 나 자신이 지금 한참 부족해 보이는 이 요동치는 조급함과 깊은 곳에서부터 휘몰아치는 지나쳐 간 세월의 아쉬움에 진정이 안될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더 좋은(?) 선배가 되자고, 그저 그런 일상을 지내는 날에도 문득 생각이 들면,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자라는 마음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회사 생활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좌우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신입 때, 우리 사업부에 들어와서 연구 노트를 받아 들었습니다. 연구 개발자인지라 모눈종이 연구노트(연구록)을 받아 들었을 땐, 어떤 새로운 제품이나 혁신적인 것들을 거침 없이 그려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어떤 새로운 각오 같은 것들이 생기기도 했었더랬죠.ㅋㅋ

그 연구록의 표지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습니다. 매일 그 연구록을 쓰면서도 무심코 지나치다가, 하루는 연구록에 이런 글귀를 담아놓은 의도가 무엇인지 제 마음대로 해석하고 제 스스로 깨달았습니다.

연구록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눈을 밟으며 들판을 걸어갈 때에는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모름지기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말라.
금일아행적(今日我行蹟)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은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훗날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지금도 이 구절을 상기할 때마다, 한 줄기 강한 전율이 목 뒷덜미부터 꼬리뼈까지 타고 내리는 듯 합니다.내 후배가 꼭 나와 같은 길을 가라는 법은 없지만, 필히 내가 걸어온 그 길을 후배가 가야할 때 내가 걸어온 길을 지표로 삼을 수도 있을 텐데, 나는 과연 제대로 걸어가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계속 던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있게 그 질문에 대답을 내던질 수 없기 때문에 내 마음은 부족분을 채우기에 더욱 조급해지고,한순간이라도 허송 세월을 보냈던 순간이 아쉽기만 합니다.

눈밭을 걷는 사람


저랑 자주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다른 팀에 후배가 있습니다.그 후배는 종종 제게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저도 이제 후배 받아서 내가 걔한테 뭔가 가르쳐 줘야 하잖아요. 아니 뭘 가르쳐 주진 못해도, 뭘 물어 보면 정확히 갈 방향이라도 알려 줘야 하는데 저는 제가 아직도 아는게 없어요… 너무 부족한 것 같은데 어떻게 해요?’

그럼 저는 그 후배에게 그럽니다.’넌 3년차고 난 5년차잖아… 2년 더 해봐… 그 때 되어도 부족할 거야. -_-ㅋ’후배를 생각하면 항상 부족한 제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부족한 사람이 걷는 길을 후배가 뒤에서 보고 따라오고 있습니다. 더욱 더 파이팅 해야겠네요!!

여러분들이 어디에 계시든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훗날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어도 좋겠습니까?”

 

박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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