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변화가 곧 기회’란 말이 뻔하다, 는 당신에게

2015/07/07 by 안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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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우 성신여대 청정융합과학과 교수


 

최근 고개 들어 하늘을 보신 적 있으세요? 지하철 도어 위 광고판을 올려다 보신 적은요? 하늘을 보신 분도 많지 않겠지만 지하철 광고판에 눈길 준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우리 모두 과거에 비해 지하철 안에서 훨씬 바빠졌거든요.

 

그 많던 무료 신문은 어디로 갔을까?

이게 다 스마트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엔 출퇴근길 지하철 역사(驛舍) 입구에 무더기로 쌓여 있던 타블로이드 무료 신문을 서너 부씩 챙겨 들고 들여다보느라 바빴습니다. 그 이전엔 퇴근 시간마다 지하철 내에서 소위 ‘신문팔이’들이 스포츠신문 파는 모습을 어렵잖게 볼 수 있었고요. 일부는 그걸 사서 읽고 또 일부는 독서삼매경에 빠졌죠. 나머지는 팔짱을 낀 채 잠이 들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멍하니 앞만 바라보는 게 일상적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어야 5년쯤 됐을까요. 스마트폰이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처음엔 그저 단순한 휴대전화 대체품인 줄로만 알았죠. 그런데 이게 우리 일상을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빠른 속도로 스포츠신문을 대체해 ‘지하철 출퇴근족(族)의 영원한 친구’로 남을 듯했던 무료 신문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돼버렸습니다. 지하철 광고도 마찬가지였죠. 그 바람에 엉뚱하게 지하철 신문팔이와 무료 신문 수거로 생계를 잇던 이들의 생계가 막막해졌습니다. 무료 신문 산업과 지하철 광고 시장은 순식간에 주저앉았습니다. 지하철공사의 광고 수입도 형편없이 추락했죠. (스마트폰을 처음 만든) 스티브 잡스는 참 의도치 않게 여러 사람을 못 살게 굴었습니다.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 지하철 도어 위쪽에 자리 잡은 광고의 상품 가치는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텅텅 비어버린 광고칸의 모습입니다.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 지하철 도어 위쪽에 자리 잡은 광고의 상품 가치는 급격히 떨어졌습니다(위 사진). 스마트폰의 보급은 지하철 승객이 보고 버린 스포츠신문과 무료 타블로이드 신문 폐지를 주워 생계를 잇던 어르신의 일자리까지 빼앗아갔죠

 

한강 다리 역사와 강남 부동산 ‘광풍’

화제를 좀 바꿔볼게요. 혹시 한강에 다리가 몇 개나 있는지 아시나요? 정답은 ‘31개’입니다. 그 중 25개가 서울시에 위치해 한강의 남과 북을 잇고 있습니다. 1900년 한강철교를 시작으로 1917년 한강대교(제1한강교), 1965년 양화대교(제2한강교), 1969년 한남대교(제3한강교) 이후 2015년 현재까지 27개 다리가 추가로 건설됐습니다. 4개 짓는 데 70년 가까이 걸렸는데 46년간 27개가 더 만들어졌으니 엄청나죠? 사실 그 가운데 7개는 2000년 이후 건설됐으니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단위로 1개씩 생겨난 셈입니다. 그런데 왜 1970·1980년대에 이렇게 많은 한강 다리가 생겨나게 됐을까요?

31개에 이르는 한강의 다리를 표현한 그래픽 자료입니다.

위 질문의 열쇠는 바로 ‘강남 개발’이 쥐고 있습니다. 변화는 언제나 이를 예고하는 ‘신호(signal)’와 함께 옵니다. 위 사례의 경우에도 강남 일대가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이 ‘한강 다리 건설’이란 신호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지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이게 변화의 신호탄이란 사실을 대부분 몰랐습니다. 일찌감치 이를 감지한 몇몇은 강남 부동산에 눈길을 돌렸고, 강남 지역 땅값이 급등하며 결국 큰돈을 쥐었습니다. 강남 개발과 한강다리 건설, 언뜻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두 요인의 관계를 이해하면 앞으로 우리에게 나타날 변화를 기회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변화와 기회는 언제나 공존합니다. 4계절이 뚜렷한 지역은 패션 시장 발달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높게 마련이죠. 실제로 같은 미국이라도 온화한 기후로 여름 옷이 주로 팔리는 로스앤젤레스 사람들의 패션 감각은 계절 구분이 명확한 편인 뉴욕 사람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게 중론입니다. (물론 LA 사람들은 수긍하지 않겠지만요.)

변화를 기회로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곱절로 뛴 체다 치즈 값, 그 이면엔…

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강남 개발에서 기회를 잡은 일명 ‘베이비붐’ 세대가 부러우신 분, 많을 겁니다. 그런데 사실 그보다 훨씬 큰 변화(와 그에 따른 기회)가 우리 앞에 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 여러모로 많이 어렵다고들 합니다.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20·30년간 엄청난 변화가, 그와 더불어 엄청난 기회가 있을 겁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앞엔 30여 년 전 ‘우후죽순 한강 다리 건설’ 현상 못지않은 변화의 ‘시그널’이 우릴 향해 손짓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혹시 그 시그널을 등지고 있진 않나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3D프린터, 무인자동차, 드론, 공유경제, 집단지성, 공정무역, 분쟁광물, 희유금속, 적정(適正)기술, 셰일가스, 기후변화, 신재생에너지, 연료전지, 센서 기술, 로보틱스…. 일단 기술 분야에서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겁니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말이죠.

‘인구 대국’ 중국과 인도가 선진화되며 물·에너지·식량 등 자원 부족 문제도 심각해질 겁니다. 계층 양극화나 인구 노령화, 종교 갈등 등 쉽게 예상되는 사회·문화적 변화도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인이 와인을 마시기 시작하며 (곁들여 먹는) 체다 치즈 값이 2배로 뛰었다고 합니다. 차(茶)를 즐기던, 전통의학에 따라 찬 음식을 멀리하던 중국인이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맛에 눈뜨기 시작했습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주로 먹던 중국인이 소고기 요리에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당장 이들 가격은 오르는 추세입니다. 여기서 찾을 만한 기회는 없을까요?

 

'100조 센서 시대', 빅데이터의 수준이 바뀐다

100조 센서 시대. 사물 인터넷으로 많은 변화가 이루어집니다.

현재 지구상엔 약 35억 개의 센서가 존재합니다. 견해 차이는 있지만 이 숫자는 향후 20년 안에 100조 개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현재의 약 2만8000배 규모죠. 지금 인구 1인당 센서 수를 0.5개로 잡고 20년 후 세계 인구가 100억 명까지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100조 센서 시대’의 1인당 센서 수는 1만 개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요즘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20개가량의 센서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 엄청난 일입니다.

빅데이터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는 다양한 정보에 연관되어 있습니다.

1인당 보유 센서가 0.5개 수준인 요즘도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데이터의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교통카드로 승·하차 시간과 이동 장소를, 신용카드로 사용처와 지출 금액을, 의료보험으로 병원과 약국 출입 기록을, SNS 사용 내역으로 방문지·소비성향·병력·수면유형·취미 등을 각각 알 수 있는 세상이 됐죠. 실제로 이런 정보들은 ‘빅데이터(big data)’란 이름으로 시장에서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1인당 1만 개의 센서를 보유하게 되는 시대가 되면, 그 센서들이 토해내는 정보를 일상에 활용하기 시작한다면 과연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뀔까요? 1970년대 사람들이 ‘한강에 30여 개 다리가 있고 그 다리마다 수많은 자동차로 막혀 있는 광경’을 상상하는 것과 유사하지 않을까요?

3D 프린터 역시 세상을 ‘세상을 바꿔놓을 물건’으로 꼽힙니다. 어떤 미래학자는 “월마트를 집안에!”란 말로 3D 프린터의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하더군요. 3D 프린터가 보급되면 더 이상 장 보러 마트에 갈 필요가 없어진다는 뜻일 겁니다. 실제로 3D 프린터는 우리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은 인터넷 이상의 혁신을 불러올 거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500만 원 정도 들이면 단 하루 만에 집을 지어내는 3D 프린터도 생겨났으니까요. 지금 우리가 컴퓨터 작업을 통해 뭔가를 출력했다 맘에 안 들면 지우고 다시 출력하듯, 집 역시 3D 프린터로 출력해보고 색상이나 디자인이 신통찮으면 부순 후 다시 출력하는 시대가 올 거란 얘기죠.

 

‘30년 후 변화의 시그널’에 주목하자

19세기 산업혁명을 거쳐 (대량 생산·소비로 대변되는) 20세기 산업사회를 통과한 인류는 21세기의 문턱에서 격동의 ‘Y2K(밀레니엄 버그)’ 이슈와 맞닥뜨렸지만 이를 무사히 견뎌냈습니다. 이후 아시아 외환위기와 미국 금융위기, 그리고 유럽의 재정 위기까지 잘 극복하며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하지만 향후 20·30년간의 변화는 인류가 그간 겪어온 그 어떤 변화보다 크고 또 많을 겁니다. 그리고 오늘 여러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기회는 ‘내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카셰어링으로 호출한 슈퍼카의 모습입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카 셰어링(car sharing) 웹사이트에서 슈퍼카 한 대를 신청합니다. 제가 신청한 슈퍼카는 곧장 3D 프린터로 출력되고 드론은 그걸 제 집 앞으로 배달합니다. 느긋하게 출근 준비를 마친 전 이 무선 자동차를 타고 집을 나섭니다. 비록 지금은 이 같은 생각이 ‘망상’에 불과하겠지만 그 안에도 분명 ‘변화의 시그널’은 존재합니다. 어느덧 수십 개를 넘긴 한강 다리, 그곳을 오가는 자동차들을 보며 생각합니다. 30년 후엔 또 어떤 사물이, 현상이 새로운 ‘한강 다리’ 역할을 할까요? 거기엔 어떤 환경 문제가 숨어 있을까요?

※ 이 칼럼은 전문가 필진의 의견으로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by 안중우

성신여대 청정융합과학과 교수 (삼성전자 전문가 필진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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